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우리은행 본점에서 600억원대 규모의 횡령사건이 벌어지면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금융사 내부통제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수위 종료 기한과 백서 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발 빠르게 논의에 착수한 모양새다.
28일 금융권 및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인수위 내부에서는 금융사의 내부통제 이슈가 화두로 떠올랐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백서는 전체 방향을 얘기하는 것이고 실제로 들어갈지 아직 확정은 되지 않았다”면서도 “(우리은행 내부통제 이슈에 대해)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우리은행 횡령사태와 관련한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전일 내부감사를 통해 기업개선부의 한 직원이 수백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발견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직원은 2012년부터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개인계좌로 돈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자금은 옛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인수를 시도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으로부터 몰수한 계약금이다.
해당 직원은 전날인 27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찾아와 직접 자수했다. 남대문경찰서는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세부적 내용에 관해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촉박한 일정에도 인수위 내부에서 금융권 내부통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기 시작한 것은 이번 사안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내부통제란 금융사가 사건·사고와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마련하는 일련의 규제 장치다. 은행은 사고가 터졌을 때 부정적 파급력이 큰 만큼 까다롭고 강도 높은 내부통제를 요구받는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횡령사건이 허술한 내부통제로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수백억원까지 횡령이 가능했고, 우리은행 측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횡령된 자금은 우리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으로 유치됐는데 채권자들이 많아 계좌추적이 어려웠을 가능성도 크다. 개인 직원에게 통장과 도장을 모두 맡겼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 은행은 일탈을 막기 위해 상급자가 도장을, 하급자가 통장을 관리한다.
한편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만큼 금융당국도 이날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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