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일본 엔화가 28일 달러당 130엔선을 넘보는 엔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도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키로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BOJ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이어진 금융정책결정 회의를 통해 단기정책금리를 -0.1%, 장기금리를 0%로 유도하는 장·단기금리 조작을 유지하기로 했다. 일본은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러한 내용의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BOJ는 또 정해진 가격에 국채를 매입해 시중의 장기금리 상승을 막는 '지정 가격 오퍼레이션(공개시장 조작)'을 10년 만기 국채에 대해 금리 0.25%로 무제한 매입, 매 영업일에 실시하기로 했다. 이는 2016년 9월 도입 이후 처음 나온 조치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설명했다.
BOJ는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해 전년대비 1.9%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 1월 내놓은 전망치 1.1%에서 상향 조정했다. 2013년 2%를 물가 목표로 내세운 BOJ는 현재의 물가 상승이 임금 인상이 아닌 비용 요인에 의한 일시적인 것으로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문제는 최근 엔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29.88엔까지 치솟으며 130엔선에 육박했다. 이는 200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 등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 확대로 이어지게 된다. 일본에서는 이번 급격한 엔화 약세를 두고 '나쁜 엔저'라고 평가하면서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 22일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한 강연에서 "지금은 금융완화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엔저 현상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BOJ가 연내에 정책 변화를 해야한다는 압박을 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이에 장·단기금리 상한을 현 0.25%에서 0.5%로 확대하거나 포워드 가이던스를 재검토 하는 식의 변화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BOJ는 이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3.8%에서 2.9%로 하향 조정하는 대신 내년 실질 GDP 증가율은 1.1%에서 1.9%로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이 올해 경기에 영향을 미치면서 이같이 조정했다고 BOJ는 밝혔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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