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4.28 11:32

[위기의 식량안보]밀 자급률 0.8→7% 높인다는 尹정부…민관 협력 모델 돌파구

[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윤석열 정부가 초기 국정과제로 채택한 식량안보 강화 정책 방향은 크게 밀·콩 기반의 식량 자급률 제고와 민간 자원을 활용한 민관 협력 모델로 요약된다. 국내에서는 소비량이 줄고 있는 쌀을 대신해 논에 밀과 콩을 심도록 유도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자급 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 해외에서는 민간 기업이 현지 곡물 유통·수출 시장에 진출하도록 도와 우회적으로 수입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문제는 적극적인 재정 투입인데, 세계적으로 식량안보를 둘러싼 자국 우선주의 바람이 거센 가운데 새 정부가 정책적 대응 강도를 높일지가 성패를 가를 관건으로 꼽힌다.


쌀 대신 밀·콩… 갈 길 먼 농가 ‘규모의 경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애그플레이션 위기를 부채질하면서 안정적인 곡물 물량 확보가 식량안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전쟁발(發) 강한 충격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이 배합사료(10.6%)와 가공식품(6.8%), 축산물(5.9%) 등 국내 물가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
28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식량 자급률 제고 집중 품종은 양곡 소비 비중은 커지는 데 반해 해외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국내 생산 기반은 태부족한 밀과 콩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밥 대신 빵을 찾는 식생활 서구화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2020년 기준 57.7㎏으로 매년 감소 추세다. 하지만 쌀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식량 작물인 밀 자급률은 1%에도 못 미친다. 새 정부는 이 수치를 5년 내 7%로 끌어올리고 콩 역시 37.9%까지 자급률을 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문제는 국산 밀의 가격과 품질 경쟁이 외국산에 비해 열위에 있다는 데 있다. 이는 농가 소득과 직결된 만큼 선결이 필요한 대목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같은 면적 단위당 소출량이 적고 가격 경쟁력이 낮은 밀을 쌀 대신 재배할 경제적 유인이 없는 셈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산 밀은 민간 자율 수매로, 무관세인 수입 밀보다 가격이 2.1~3.7배나 높다. 일정 수준의 농가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 확보가 시급한 과제인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논 활용(이모작) 직불 제도를 개편해 밀과 콩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밀·콩 재배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방위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00% 수매나 비료비 지원, 계약재배 물량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해 생산 기반을 넓히는 데 우선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안정적인 수급 및 품질 관리를 위해 국내 곡물 특화 비축 기지도 신설한다. 공공비축 매입량은 지난해 밀(1만t)·콩(2만5000t)에서 2027년 밀(5만t)·콩(5만5000t)으로 늘릴 계획이다.
"民 뛰도록 官 돕겠다"
전문가들은 식량 자급률 제고가 식량안보 측면에서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국책과제이나 방법론에서는 묘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 실제로 수십년 전부터 쌀이 아닌 다른 식량 작물의 자급률 높이기는 정권마다 정책과제로 등장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낸 사례는 없다. 특히 국내 농지 면적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해외 공급망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 집단의 공통 견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우크라이나에 곡물 터미널을 운영하면서 세계 각국으로 수출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고 유사 시 국내로 물량을 들여오고 있지만 규모가 미미해 식량안보 측면에서는 상징적 수준에 그친다.
김종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가 입장에서는 경제적 유인이 있어야 하는데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1차적인 문제"라며 "국내에서는 농작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급률을 최대한 높이되 이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수입 안정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곡물 수입의 주체인 민간 기업이 경영권 인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국제 곡물 유통망(가치사슬)에 진출하거나 해외 농업 직접 개발 등을 통해 국내 곡물 수요와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앞으로 정부는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는 민간의 해외 공급망 확보에 필요한 자금 및 세제 지원을 검토하고 곡물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 전문 기업의 해외 진출 시 수익 보전 차원의 판로 확보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달 초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팬오션, CJ 등 곡물 수입과 유통, 해외 농업 개발 담당 기업은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리 자금 지원과 세제 감면 등을 건의한 바 있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