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한 가운데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상 시계도 빠르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총재 부재 상황에서 열리는 만큼 당초 시장에서는 5월 인상을 관측했지만 최근 물가상승률 등 각종 지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이달 인상 가능성이 급부상한 것이다. 총재 부재 속에 6인의 금통위원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새 변수다.
◆"Fed 늦었다" 긴축 강도 높이는 美= Fed 내부에서 연말까지 금리를 총 3%포인트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5월 빅스텝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비둘기 성향(통화완화 선호)으로 알려진 미 통화당국 인사들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통화 긴축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내고 있다. Fed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인사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일(현지시간) 미주리대 토론회에서 "올해 안에 기준금리가 3.5%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고 밝혔다. Fed의 인플레이션 대처가 뒤처져 있다며 인상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 것이다.
Fed의 긴축 행보가 힘을 받으면서 한국은행의 발걸음도 빨라지게 됐다. 물가상승률이 10년여 만에 4%대를 기록하면서 비상등이 켜진 데다 향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더 이상 인상 시기를 늦출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는 지난 1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에 대해 "상반기의 경우 부득이하게 한은의 예상(3.1%)보다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미 간 금리 역전 가능성도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이 후보자가 취임하고 수정 경제전망을 발표하는 5월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지만, 4월 인상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3대 3 동수 상황 시 금리 결정 변수= 한은의 4월 금리 인상이 유력해지면서 총재 없이 열리는 금통위 의사결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는 19일 열리면서 4월 금통위는 총재 없이 열린다.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겸임하게 된 1998년 이후 총재가 금통위 본회의에 불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통화완화 선호 성향이 강한 주상영 금통위원이 의장을 맡는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월 의사록에 따르면 주 위원은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당시 별도의 발언을 하지 않은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인 가운데 4인이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나홀로 소수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한은법 21조에 따르면 4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 단행되려면 6인(이승헌 한은 부총재, 임지원·조윤제·서영경·주상영·박기영) 중 5인 이상의 참석자 가운데 과반수가 인상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만약 6인의 금통위원 가운데 3인이 금리 인상을 제시하고, 2인이 동결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주 위원이 동결에 힘을 싣는다면 3대 3 동수로 금리 인상은 부결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의장은 보통 개인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면서 "각 위원들이 금통위에서 종합적으로 토론하면서 의견을 최종 결정하기 때문에 3대 3 동수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물가상승률이 4%대로 높아져 있지만 금리 인상을 서두를 경우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된다"면서 "올려야 할 당위성은 크지만 한은 총재 부재에 따른 책임 소재, 6월 지방선거 등 정치적인 여건으로 인해 인상이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금통위는 합의제 기구이므로 총재 공백은 (금리 인상 결정의)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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