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세종=권해영 기자] 새 정부에서는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져 온 '초(超) 확장재정' 편성 기조가 중단되고,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라 이달부터는 전기·가스요금도 줄줄이 인상된다. 지난달 사상 최대 수출 실적에도 불구하고 수입 역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는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 내년 예산 '재정혁신' 방점=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을 의결·확정했다. 예산안 편성 지침 기조는 지난해 '적극적 재정운용', '재정혁신'에서 올해는 '필요한 재정역할', '전면적 재정혁신'으로 선회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져 온 초 확장재정 편성 기조가 중단되고, 윤석열 정부에선 정부 지출이 '속도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재정혁신 세부안에는 코로나19 대응에 투입된 지출 축소, 재량지출 10% 절감, 유사기금 통폐합 등 정부재원 효율화 방안은 물론 재정준칙 제도화 등 중기재정관리 방안 등이 포함됐다. 2022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 들어간 '한국판 뉴딜'이 사라진 점도 주목된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재정지출 재구조화를 통해 여력을 확대함으로써 새 정부 국정과제도 차질 없이 뒷받침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내년 예산은 638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한 '2021~2025 국가재정운용계획'상 내년도 재정지출 증가율(5%)을 기준으로 추산한 수치다.
다만 기재부의 예산안 편성 지침 확정에도 불구하고 차기 정부 출범 후 새로운 중점 추진과제 등이 반영되면서 이 지침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부터 전기·가스요금 줄줄이 오른다=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일반국민과 자영업자가 사용하는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이 평균 1.8% 오른다. 정부가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하는 건 지난 2020년 7월 요금 인하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요금인상에 따라 다음달부터 주택용 요금은 현행 메가줄(MJ)당 14.22원에서 0.43원 올라 14.65원이 적용된다. 일반용 요금은 공급비 인하 요인을 감안해 0.17원 상승한 14.26원으로 조정된다. 인상률은 주택용 3.0%, 일반용 1.2~1.3%다. 이번 인상으로 가구당 월 평균 가스요금은 서울시 기준 2만8440원에서 2만9300원으로 약 860원 늘어날 전망이다.
주택용 가스요금에 이어 전기요금도 오른다. 정부가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상향하면서 전기요금은 이달부터 1킬로와트시(kWh)당 6.9원 인상된다. 다만 지난달 29일 정부와 한국전력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하면서, 당장 가계의 추가 부담은 덜 수 있게 됐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입 비용을 고려해 분기마다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그러나 2분기 실적연료비 동결에 따라 올해 20조원 규모로 사상 최대 손실이 예상되는 한전의 경영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지난달 역대 최대 수출에도, 무역수지 한 달 만에 적자전환=산업부가 발표한 3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634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2% 증가했다. 정부가 1956년부터 무역통계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대치다. 지난달 수입도 전년 동기 대비 27.9% 급증한 636억2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1억4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까지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가 2월 흑자로 전환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게 됐다. 이로써 올 들어 3월까지 무역수지는 40억4000만달러 적자를 보이고 있다.
수입이 급증한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에너지 수입액은 161억9000만달러로 전년 동기(77억2000만달러)의 두 배를 넘어선다. 올 2월과 비교해도 한 달 사이 37억1000만달러 늘었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폭등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중국 상하이 봉쇄 기간의 연장 가능성도 있어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文 정부, 5년 간 공무원 13만명 늘렸다=문재인 정부가 지난 5년간 공무원 수를 13만명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부문 중심의 '일자리 정책' 등을 펼친 결과로 이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4만1504명)의 3배, 이명박 정부(1만2116명)의 10배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실 및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수는 2021년 말 기준 115만6952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엔 국가 및 지방공무원(각각 75만824명, 38만819명)과 입법부, 사법부, 헌법재판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독립기관의 공무원 등이 포함됐다. 이는 문 정부 출범 전년인 2016년 말(102만9538만명) 대비 12.4%(12만7414명) 늘어난 수준이다. 이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4.19%)와 이명박 정부(1.24%)는 물론 노무현 정부(8.23%) 때 공무원 수 증가율보다 높다.
이처럼 공무원 수가 지난 5년간 크게 증가한 건 현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달성한다며 공무원, 공공기관 등 세금을 동원한 공공 일자리 만들기에 매달려 온 결과다. 문제는 공무원 수는 한 번 늘리면 줄이기 힘들고 인건비, 연금 지출 확대 등에 따라 국가 재정에 지속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는 점이다. 정부 조직 확대는 규제 강화와 민간 활력 저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 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안 공개가 임박한 가운데 지난 5년 동안 비대해진 정부 조직 효율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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