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국내에서 가계대출 이슈가 또 다시 관심을 받는 가운데 미국에서 급등하는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조차도 집값 과열을 진정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일반적으로 모기지 금리가 오르면 집값 진정에 도움을 주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리와 집값이 동시에 오르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모기지은행가협회의 에드워드 자일러 주택경제 담당 부회장은 "지금 이상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현상은 높은 물가상승률과 주택 임차료 상승, 주택 수요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다. 재택근무 확대로 집에 대한 수요는 높아졌는데 물가가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고 임차료가 급등하면서 잠재적 주택 수요자들로서는 집을 빌리는 것보다 높은 금리라도 대출을 받아 매입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이날 현재 모기지 금리는 2018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4.67%를 찍었으나, 연 8%에 육박하는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이 정도의 이자율로 30년 고정금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게 오히려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과거 인플레이션 때 부동산이 주식이나 예금보다 더 나은 투자 수단이었다는 역사적 경험도 수요자들의 매수 결정을 부추기는 한 요소가 되고 있다. 실제 지난 4주간 모기지 금리가 0.5%포인트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이 안정됐다는 증거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NYT는 보도했다. 아핏 굽타 뉴욕대 경영대 교수는 금리 부담이 커져서 주택 매수를 포기하는 잠재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임대차 시장에서 임차료가 더 크게 오르면 차라리 집을 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는 수요층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 또한 금리 상승에도 집값이 안정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매물로 나온 주택이 역대 최저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다수의 집주인이 집을 팔기보다 임차료를 받기를 원하는 데다 1주택자들도 집값과 대출 금리의 동반 급등 탓에 집을 갈아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NYT는 설명했다.
미 모기지업체 프레디맥의 샘 카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높은 대출금리는 그 어떤 것도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시장에 약간의 균형을 더 가져다줄 수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공급 부족)를 풀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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