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제 제재에 원자재 공급 등 차질
독일 물가 7.3% 뛰고 스페인은 9.8% '껑충'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대폭 하향조정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경제 제재 여파로 유럽에 ‘전쟁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원자재 공급에 차질을 빚으며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기 시작했고, 경제 성장률은 당초 전망보다 밀릴 것으로 관측된다.
30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독일의 3월 물가상승률이 7.3%를 기록하면서 1990년 통일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독일 물가승률은 지난달 5.5%에서 한 달만에 2%포인트 가까이 뛴 것이다.
같은날 스페인 통계청은 스페인의 3월 물가상승률이 9.8%로 잠정 집계돼 1985년 5월 이후 약 37년 만에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물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오름세를 보여오다가, 전쟁 이후 국제유가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속도가 가팔라졌다. 전쟁 발발 이후 한 달여 만에 밀 가격은 21%, 보리는 33%, 일부 비료는 40% 가격이 올랐다. 영국의 경우 2월부터 물가상승률이 6.2%를 기록, 1992년 3월 이후 3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3월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ING의 카스텐 브레제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나쁜 소식은 이것이 인플레이션 가속화의 끝이 아니라는 것"이라면서 "두 자릿수 상승률은 더이상 배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다음달 1일 발표되는 3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이 6.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심리 지표는 108.5로 전월 대비 5.4포인트 하락, 12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위원회는 "소비자와 기업이 지출을 줄이고, 실업률을 높이며 물가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을 우려하며 더 비관적이 됐다"고 전했다.
유럽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속속 하향조정되고 있다. 독일 정부의 경제자문단은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4.6%에서 이날 1.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자문단은 성명에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생산 감소와 높은 물가상승률이 동반하는 불황을 수반한다"며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중단에 대비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스트리아 중앙은행도 우크라이나에서 상황이 나빠지면 최악의 경우 올해 물가상승률은 9%로 올라가고, 경제성장률은 0.4%로 쪼그라든다는 전망을 했다.
유럽의 긴 제로금리가 올해 일시적으로나마 종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관측에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4년만에 최고치인 0.7%까지 뛰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키프로스에서 연설을 통해 "전쟁이 더 오래 지속되면 더 많은 경제적 비용이 발생하고, 우리에게 더 불리한 시나리오를 마주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이 수치는 1년에 약 1500억유로의 손실을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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