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주요7개국(G7)이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 요구를 거부하기로 합의했다. 그간 러시아 당국의 규제와 가스대금 결제 수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치가 반등했던 루블화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이날 주요 외신은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G7 에너지 장관들은 모두 이는 기존 계약에 대한 명백하고 일방적인 위반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벡 부총리는 G7 에너지 장관들과 화상회의를 마친 뒤 "루블화 결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우리는 영향을 받는 기업들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르지 말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G7 국가들은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잠재 중단을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돼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3일 내각회의를 주재하면서 유럽 등 비우호국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팔 때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로만 결제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조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폭락한 루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한 조처라고 분석했다.
실제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99루블로 지난달 24일 우크라이 침공 직전과 비교하면 17% 하락했으나, 지난 7일(151루블) 급락했던 때와 비교하면 방어에 성공한 수준이다.

환율 방어는 러시아 당국의 개입에 따른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의 루블화 환율 상황이 러시아 당국의 규제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러시아는 6개월간 주민들에게 외환 환전을 금지했으며, 주민들이 외환 계좌에서 인출할 수 있는 금액도 제한했다. 러시아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에게는 주식 매도를 금지했다. 갑작스런 자금 이탈을 물리적으로 막아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루블화 가치가 시장 가치에 수렴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로빈 브룩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루블화는 정상적인 시장가격이 아니다"면서 "양방향으로 자유롭게 거래된다면 현재보다 훨씬 약세일 것"이라고 평가했다.또한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줄이겠다는 유럽 국가들의 계획이 실제 이행될 경우에도 중장기적으로 러시아의 외화 유입이 감소, 루블화 가치의 추가 하락도 예상된다.
독일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빠르게 감소시키겠다면서 2024년 중반까지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공급받지 않고, 올해 말까지는 석유로부터 ‘거의 독립’하는 수준까지 수입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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