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28 11:30

역대 인수위 추경안 편성은 '1998년 IMF사태' 유일…난감한 기재부



[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최대 50조원 규모로 거론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놓고 신·구 권력 간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재정당국을 동시 압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구체적 재원마련 방안은 누구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어 중간에 낀 기획재정부만 난감한 처지에 내몰렸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역대 정권이양기 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가동되던 시기에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사태 때가 유일하다. 1998년 1차 추경안 제출일은 2월9일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일(2월25일) 이전에 이뤄졌다. 당시에는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고 세수부족액이 조단위에 이르는 등 워낙 다급한 경제위기 상황이었던 탓에 김 당선인 인수위 측과 정부가 '12인 비상경제대책위'를 공동 구성해 추경안 편성 작업을 함께 했다.
국가적 위기에 여야가 따로 없었던 외환위기 사태 당시를 제외하면, 현재와 같은 인수위 체제에서 새 정권의 공약이 반영된 추경을 이전 정부에서 편성해 제출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



차기 정부는 이미 1000조원 규모의 나랏빚을 떠안고 출범하는 만큼, 수십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추경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 편성된 예산을 깎아 재분배하는 과정이 필수다. 때문에 문재인정부의 대표 국정과제인 '한국판 뉴딜' 및 '일자리 사업'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이 작업을 현 정부의 임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권력 충돌' 프레임을 우려해 추경안 편성에 대해서는 '재정당국 반대'를 내세워 한 발짝 물러나 국회 논의를 살펴보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다만 물밑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 예산사업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데 대해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갖고 "현 정부에서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길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거듭 압박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추경안 규모나 재원마련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신·구 권력이 기재부를 방패막이 삼아 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단위 선거를 두 달 앞둔 정치권도 합세했다. 국민의힘은 물론,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지방선거를 의식해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박홍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추경(안 편성)은 빠를수록 좋고 완전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원칙에 흔들림이 없다"며 "정부를 설득하고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존 예산 구조조정보다는 추가 적자국채 발행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불어날 대로 불어난 지출규모에 재정건전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기재부는 고민이 깊다. 실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외신인도 등을 우려해 대규모 추경안 편성에 부정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추후 재정관리 문제에 있어 자칫 책임 소재도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사실상 현 정부 임기와 함께할 것으로 보이는 본인 재임 기간 중 2차 추경안 편성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추경안 편성 문제는 이날 오후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만찬 회동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추경안 편성을 위한 사전 작업만 진행하되, 새 정부 출범 직후 곧바로 국회에 제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체 뉴스 순위

칼럼/MG툰

English News

전체보기

유튜브

전체보기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