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23 11:30

[단독]정부, 탄소세 도입 무기한 '보류'…24일 尹인수위 보고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세종), 유현석 기자] 문재인 정부가 탈(脫)탄소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탄소세 도입 논의가 무기한 보류됐다. 기존 운용 중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ETS)와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탄소세 등 문 정부가 추진했던 에너지 관련 정책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3일 세정당국에 따르면 탄소세를 도입하는 대신 기존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보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관련 정부 연구용역 보고서를 최종 검수 중이다. 조세재정연구원, 환경연구원, 에너지경제연구원, 교통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이 총 1년에 걸쳐 수행하고 기획재정부의 검수를 거친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용역보고서는 24일 예정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재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첫 공개된다.
지난해 3월 정부 발주에 따라 진행된 탄소세 도입 연구용역은 당초 지난해 말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구가 진행되던 도중 지난해 10월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기존 26.3%에서 40%로 급격히 상향하는 등 변수가 생기면서 추가 보완연구 필요성이 제기돼 올해 3월까지 3개월 연장됐다. 일각에서는 결국 ‘증세’로 연결되는 중대 사안인 만큼 대통령 선거를 의식해 늦췄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 용역보고서에는 탄소세 도입 여부를 포함해 다양한 시나리오 별 검토 결과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 검토를 거친 총괄적 결론은 2015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를 보완해 운영해야 한다는 쪽으로 수렴됐다.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에 비용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같은 목적의 탄소가격제다. 부과 기준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정책적 효과도 동일한 탓에 ‘중복 규제’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탄소세 도입은 결국 현행 에너지세 정책과 연계될 수밖에 없는데, 최근 급등한 국제유가 탓에 현재 유류세 인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도 고민된 대목이다. 탄소세 도입이 결국 유류세를 포함한 에너지세를 올린다는 것을 의미라는 점에서 현재 시행 중인 유류세 인하 정책과 상충되기 때문이다. 당초 지난해 말 폐지될 예정이었던 교통·에너지·환경세는 2024년 말까지 3년 더 연장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탄소가격 강화를 위한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고 있어 제도 간 정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탄소세 도입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당선인이 이끌게 될 새 정부로서도 탄소세 도입을 통한 ‘증세’는 부담이다. 당장 오는 6월 지방선거도 앞둔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당시 공약집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을 확대하고, 탄소세 도입은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소세 도입에 우려를 표했던 산업계도 한 시름 놓게 됐다.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우선 적용 산업으로 꼽은 철강업계는 국내 탄소세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다른나라에 앞서서 탄소세를 도입하게 되면 제품 원가가 높아져 수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EU를 포함한 다른 나라의 동향을 고려하면서 현재 시행중인 배출권거래제와 연계하는 방안으로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등을 우려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은 세계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맞으나 산업계 부담"이라며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등의 부정적 영향도 우려됨에 따라 신중하게 의사결정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전기차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 비율이 높지 않은 만큼 산업의 상황을 감안해야 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의 경우 전기차로 전환되는 것이 대세지만 아직까지 내연기관이 대부분"이라며 "산업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에 비례해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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