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모호하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 등이 많아 건설업계에서 개정을 원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법)’에 대해 윤석열 정부가 대대적 손질에 나설지 관심을 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중대재해법에 대해 수정과 보완을 통한 ‘합리적 적용’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단 건설업계는 새 정부가 법 개정에 나서기 전이라도 국무회의에서 처리가 가능한 시행령부터 고쳐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조항은 시행령 제4조 1항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대상’이다.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표현에서 ‘실질적’이란 단어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 시행령 8조에 있는 ‘필요한 인력을 갖추어’, ‘필요한 예산을 편성·집행할 것’ 등 표현에서도 ‘필요한’이라는 포괄적·추상적 단어를 보다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얼마만큼의 인력과 예산을 마련해야 하는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행 법령에서는 경영책임자 등을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준하여’라는 표현이 모호한 만큼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국내 회사의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법 적용 여부를 둘러싸고 고용노동부와 법무부가 상반된 해석을 내놓고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고용부는 기업들의 유권해석 요청에 "해외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관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법무부는 "형법에 따라 한국인의 외국 범행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진행된다"고 해 혼란을 가중시킨 바 있다.
한편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윤 당선인이 내놓은 공식 공약은 없다. 다만 후보 시절 유세 현장이나 토론회 발언을 통해 합리적 보완과 적용이라는 원론적 뜻을 피력한 적이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일 토론회에서 "지금 구속 요건을 보면 약간 애매하게 돼 있다. 형사 기소를 했을 때 여러 법적 문제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지난달에는 "기업을 하는 분들이 의욕을 잃지 않도록 관련 시행령을 다듬어 합리적으로 집행돼야 하고, 현실 적용에 있어서도 합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법을 폐지하지 않고 유지한다는 쪽에서 적용을 합리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