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2.03.09 08:30

대선 D-day 한전도 촉각…전기료 동결시 상반기 적자만 '10조'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냈던 한국전력이 대선 당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올 상반기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갈릴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올해 한전의 영업손실이 2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한전은 이달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올 2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3원씩 인상하는 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전기위원회 심의 등을 통해 한전이 제출한 전기요금안을 검토한 후 이달 20일까지 인상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산업부가 이달 20일까지 별도 의견을 회신하지 않을 경우 한전은 다음날 정부에 제출한 전기요금안을 그대로 공고한다.
한전의 이번 인상안은 정부가 내놨던 기존 인상안과는 별도다. 앞서 정부와 한전은 다음달과 10월 2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kWh당 4.9원씩 총 9.8원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기후환경요금도 다음달부터 kWh당 2원씩 인상한다. 결과적으로 전기요금은 올 10월부터 kWh당 11.8원이 인상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한전이 전기요금 추가인상에 나선 건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한 결과다. 유가, 천연가스 등 연료비 수입 가격에 따라 3개월마다 전기요금을 조정하는 제도로 지난해 1월부터 시행됐다.



에너지 값 급등…“팔수록 적자”
한전은 올 2분기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갈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유가는 지난 7일 장중 13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액화천연가스(LNG)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선물 값은 불과 일주일새 2배 이상 급등했다.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구입하는 비용인 전력도매가격(SMP)도 고공행진 중이다. SMP는 한전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일 육지 기준 SMP는 kWh당 192.68원으로 올 1월 1일(126.81) 대비 약 52% 올랐다. 지난달 평균 통합 SMP는 197.32원으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올 2분기 추가 인상 여부는 불투명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3%대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차기 정부가 집권 초기 국민적 저항이 큰 전기요금 인상을 택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4월 인상안’ 무산 가능성도…최악땐 상반기 적자 10조
대선 결과에 따라 기존 인상안도 무산될 수 있다. 당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현 정부가 내놓은 4월 인상안을 백지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최종 공약집에서는 빠졌지만 윤 후보 캠프 측은 여전히 유효한 공약이라는 입장이다. 윤 후보 캠프의 원자력·에너지 정책분과장인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후보 발언은 유효한 공약으로 봐야 한다”면서 “‘4월 인상 백지화’의 기본적인 취지는 탈원전을 내세우며 제때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현 정부 실정을 드러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현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안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전기요금에 대해서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을 뿐이다. 이 후보는 “연료비 연동제로 전기요금을 합리화하되 물가, 서민경제 영향을 고려해 시기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전의 ‘눈덩이 적자’가 정해진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는 한전이 올 1분기에만 5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한 분기 적자가 한전이 지난해 낸 역대급 적자(약 5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한전 내부에서도 올 1분기 적자가 5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경우 한전이 올 상반기에만 10조원 안팎의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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