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올해 아파트 청약시장에서는 전례 없는 큰 장이 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500개 사업장에서 총 41만8351가구가 분양을 준비 중이다. 최근 5년 평균인 26만여가구 대비 약 57% 늘어난 물량이다.
이처럼 분양 물량이 급증한 것은 지난해 분양을 계획했던 물량 중 절반이 넘는 56%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물량의 절반 가까운 20만4225가구가 수도권에서 나올 예정이어서 내 집마련 수요자들의 선택폭이 크게 넓어질 전망이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은 서울은 물론 전체 분양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강동구 둔촌동 170-1 일대의 둔촌주공 재건축은 단일 단지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으로 꼽힌다. 기존 5930가구는 재건축을 통해 총 1만2032가구의 매머드급 단지로 탈바꿈한다. 미니 신도시급이다. 일반분양 물량도 4786가구에 달한다. 행정구역상 강동구지만 송파구와 맞닿은 입지여서 사실상 강남권으로 인식되는 단지다.
당초 이름은 둔촌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로 정했지만, 조합은 현재 이름 변경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림픽파크 디원 ▲올림픽파크 포레온 ▲리세안 ▲라힐스를 놓고 조만간 조합원 선호도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일반분양 물량은 선호도가 높은 59㎡(전용면적)와 84㎡가 각각 1488가구, 1237가구로 배정됐다. 85㎡를 초과하는 일반공급부터 추첨제가 있기 때문에 일반분양은 전 가구가 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다만 둔촌주공의 사업 추진 상황은 현재 서울등 수도권 일대에서 일반분양을 앞둔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안고 있는 고민을 보여준다. 당초 지난해 10월을 목표로 분양을 준비했지만 결국 해를 넘겼다. 올해 2~3분기 중 분양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분양가 책정과 공사비를 둘러싼 시공사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분양가 산정은 2019년부터 2년 넘게 끌고 있는 문제다. 2019년 말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3.3㎡당 3550만원으로 책정했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900만원대를 제시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를 수용할지를 놓고 조합원 간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조합 집행부가 바뀌기도 했다.
현재 둔촌주공은 분양가 산정을 위한 기초작업인 택지비 재감정 작업이 개시된 상태다. 이를 통해 내년 3월에는 일반분양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이번엔 분양가 산정요소 중 하나인 공사비 확정 금액을 놓고 시공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논란은 2020년 6월 체결한 공사비 증액 계약을 인정할지 여부다. 당시 조합과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2조6000억원 수준인 공사비를 3조2000억원대로 증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현재의 조합은 전임 조합장이 적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는 회동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있지만 안갯속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둔촌주공 조합장 등 4명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및 비방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기도 했다. 공사비 집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공사가 중단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분양가는 당초 HUG가 제시한 가격보다는 다소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만 정부가 지난해 개별 입지의 특성을 고려하는 식으로 제도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합에서는 3.3㎡당 최소 3700만원은 넘어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 경우 59㎡도 분양가가 9억원을 넘어 특별공급 대상에서 배제되고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해진다. 조합은 입주시기가 내년 말인 만큼 원하는 수준의 분양가가 책정되지 않을 경우 후분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선 결과에 따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가능성도 거론되는 만큼 둔촌주공 등 수도권 주요 단지들이 선거 이후로 분양 일정을 미루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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