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시장이 극심한 거래절벽 상황을 맞으면서 고가주택과 저가주택 간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 다주택자를 겨냥한 규제 정책으로 투자자들은 '똘똘한 한 채' 전략으로 선회했다. 대출규제는 정부가 집값 안정의 타깃으로 삼은 강남권보다 오히려 중·저가 주택시장에 더 타격을 입히는 분위기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59㎡(전용면적)는 30억원에 거래됐다. 59㎡는 일반적으로 신혼부부 등이 첫 내집 마련으로 선호하는 이른바 ‘엔트리급 평형’으로 불린다. 해당 면적 아파트 거래가격이 30억원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동산시장이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정부도 고점론을 연이어 경고하는 상황에서도 강남3구를 중심으로 한 고가주택 수요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크게 줄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매매 거래 현황에 따르면 강남구의 10월 거래량은 314건으로 연초 335건 대비 6.3% 줄었다. 반면 중저가 매물이 많은 노원구는 같은 기간 632건에서 194건으로 69.3% 급감했다. 대출 규제는 현금 여력이 부족한 계층의 주택 매수를 어렵게 만들었고, 이는 자연히 거래절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 추세도 확연히 갈린다. 지난달 15일에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가 45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종전 최고가인 42억원보다 3억원 높은 신고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같은 면적도 지난달 15일 역대 최고가인 28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반면 이달 2일 노원구 상계동 벽산아파트 46.8㎡는 5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9월 5억7750만원 대비 7750만원 낮은 가격이다. 지난달 12일에는 상계주공4단지 58.01㎡가 직전 고점인 7월의 8억1500만원보다 6000만원가량 낮은 7억4700만원에 거래됐다.
고가 주택-저가 주택 간 양극화는 거래 위축으로 더욱 심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시장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5분위 배율은 매매 9.5, 전세 7.5로 각각 조사됐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월간으로 모두 가장 높은 수치다. 5분위 배율은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지표다. 주택을 가격순으로 5등분해 5분위(상위 20%) 평균 가격을 1분위(하위 20%) 평균 가격으로 나눠 계산한다. 5분위 배율이 9.5이라는 것은 5분위에 속하는 아파트가 1분위의 아파트보다 9.5배 비싸다는 뜻이다.
12월 전국 5분위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11억8975만원으로 전달보다 1.9%% 올랐다. 반면 1분위 아파트는 1억2575만원에서 1억2491만원으로 0.7% 떨어졌다. 지방은 양극화의 격차가 더 심하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 5분위 배율은 12월 4.2로 전달에 비해 0.1 올랐는데, 지방 5대 광역시(부산·대구·광주·울산·대전)와 기타 지방은 각각 5.7, 6.7로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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