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2.28 12:21

[초동시각] 부동산 희망고문은 이제 그만




"강북은 떨어진다는데 강남은 계속 오르고 있고. 진짜 집값 떨어지는 거 맞나요?"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정부 공식 기관에서 집계하는 수치를 보면 집값 오름폭은 분명 줄어들고 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은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서울 은평구의 아파트값은 1년9개월 만에 상승세를 마감하고 내림세로 전환했다. 수원 영통구도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하락 전환하며 내림세를 보였다.
하지만 수십·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주택시장 상황은 전혀 달랐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파르크한남 전용면적 268.95㎡가 지난 13일 120억원에 팔렸다. 우리나라 아파트 거래 역사상 중 역대 최고 매매가였다. 앞서 지난달에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의 오피스텔 ‘롯데월드타워앤드롯데월드몰(시그니엘 레지던스)’ 전용 489㎡(68층)가 245억원에 팔렸다. 강남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달에만 압구정동 현대2차 160.28㎡가 직전 거래보다 2억2000만원 오른 60억2000만원에 거래됐고, 대치동에 있는 개포우성2차와 래미안대치팰리스는 각각 4억2000만원 오른 42억원과 2억원 오른 4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습이다.
전세시장에선 이달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수요보다 전세입자를 구하는 공급이 더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전세값이 급등한 지역을 중심으로 공급 대비 수요가 줄고 있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이 ‘수요자 우위’로 전환한 것은 약 2년2개월 만이다. 이를 두고 전세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주요 지표만 보면 금방이라도 전셋값이 떨어져 시장이 안정될 듯 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현장의 전세난이 계속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해 시행한 임대차보호법 이후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빈번해지며 신규 전세 계약이 줄어들었고 전세대출 규제와 금리인상 등이 겹치며 이사 수요가 크게 감소한 것이 전세시장을 쪼그라들게 만들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매매는 물론, 전세 거래 자체가 급감하며 ‘거래절벽’ 현상이 만연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부 규제 등의 영향으로 주택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심지어 수요자들이 전세가 아닌 월세 시장으로 떠밀리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종합부동산세 폭탄이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는 내년 8월에는 지난해 갱신계약을 맺었던 가구들의 계약이 종료된다.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도 내년이 올해보다 적다. 내년 공시가격이 크게 뛰면서 보유세 부담 또한 역대급이 될 전망이다.
집값을 잡겠다던 대통령은 몇 번이나 사과했다. 최근 발표한 내년도 경제정책방향 보고서에도 현재까지의 부동산 정책 성과에 대한 평가는 빠져있다. 주거 부문에 기껏해야 청년들이 양질의 전세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고 20만원 무이자 월세대출을 지원했다는 것이 다일 정도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장 안정이라는 장밋빛 전망만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하지만 내년 대선 이후가 또 다른 상황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청약 넣으면서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간 내가 원하는 서울 주요 지역의 신축 아파트에 당첨돼서 살 수 있겠지." 이랬던 소박한 바람은 정부가 내놓은 수십 차례 정책의 희망고문으로 빛이 바랜 지 오래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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