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류태민 기자] 경기도 외곽에서 두드러지던 집값 하락세가 성남 등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은 신도시까지 확산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하락장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서울마저 견고한 상승세를 이어가던 강남권에서 평균 집값 상승률이 하락 전환한 사례가 나왔다.
집값이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과 함께 대출규제, 금리인상으로 매수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수도권 전체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형국이다.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이 확산할 경우 과도한 대출로 집을 구매한 이른바 ‘영끌족’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호재도 소용없어…동탄·광교 1억 ‘뚝’= 경기 성남시에서는 두달 만에 실거래 가격이 1억원 이상 떨어진 단지가 나왔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인 경기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호반베르디움 98.95㎡(전용면적)가 지난 10월 16억원에서 지난 2일 14억7500만원으로 하락 거래됐다. 역시 위례신도시에 포함된 하남시 학암동 위례롯데캐슬 84.98㎡는 지난달 27일 14억원에 손바뀜되며 직전 최고가인 14억9000만원(9월)보다 9000만원 떨어졌다. 이 단지 75.48㎡도 지난달 24일 13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 14억2000만원(10월)보다 7000만원 떨어졌다.
하남시 학암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는 "최근 위례에 교통호재 소식이 나오고 있음에도 급매하려는 집주인이 많아 매물이 쌓이고 있다"며 "성사되는 거래 건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일대 중개업소들도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동탄·광교 등 다른 2기 신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오산동 동탄역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8.0 86㎡는 지난 8월 14억4700만원에 실거래되며 대출금지선(15억원)에 육박했지만 이달 초 13억9000만원으로 1억원 떨어진 가격에 손바뀜됐다. 화성 반송동 동탄시범 다은마을 삼성래미안 84㎡는 지난달 8억5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지난 10월 8억5000만원과 비교해 4500만원 값이 떨어졌다.
이 밖에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서는 e편한세상 광교 120㎡가 지난달 19일 18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해당 면적은 지난 10월 20억원에 두 건이 거래됐지만 한 달 만에 1억2000만원 가량 값이 떨어졌다. 인근에 위치한 자연앤힐스테이트 84.49㎡ 역시 지난달 30일 14억7000만원에 거래되며 세 달 전(15억6000만원)보다 가격이 9000만원 떨어졌다.
화성시 오산동 B공인 관계자는 "수요자가 몰리던 올해 상반기와 달리 최근에는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호가가 낮아지는 물건들이 늘고 있다"며 "급매하려는 매물은 많아지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거래가 많이 이뤄지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광교나 동탄·위례 등 2기 신도시는 서울 지역의 집값 급등세로 인해 풍선효과로 수혜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대출규제 등도 서울과 동일하게 적용받아 메리트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집값 상승을 주도하던 이들 지역에서조차 하락거래가 나온 것으로 볼 때 하락세가 주요 지역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남권도 휘청…강동구도 집값 마이너스= 서울에서도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 전환한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은평구에 이어 강남 4구 중 한 곳으로 불리는 강동구까지 평균 집값 하락이 지표로 확인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강동구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주 대비 0.02% 하락하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지난달 까지만 해도 0.13~0.15% 수준을 이어갔지만 이번달 들어 0.09%(3일) → 0.04%(10일)로 둔화됐고, 결국 하락으로 돌아섰다. 강동구의 매매가격 변동률이 하락한 것은 지난해 5월22일(-0.01%) 이후 1년7개월 만이다. 서울 전체에서 매매가격 기준 마이너스 변동률이 나온 것도 지난해 5월29일 이후 처음이다.
앞서 한국부동산원은 12월 셋째주 기준 은평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0.03%로 1년7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조사기관이 다르지만 은평구·강동구 등 서울에서 평균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는 곳이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서울 외곽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핵심지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분위기는 실제 거래로도 확인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의 경우 60㎡ 초과 아파트 거래건수가 이번달 총 7건인데, 이 중 3건이 하락 거래됐다. 5000가구에 달하는 고덕동 고덕그라시움 74㎡는 지난 21일 15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인 지난 10월 중순(16억2500만원)과 비교하면 1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암사동에서는 한강현대 85㎡가 지난 8월 12억3000만원에서 지난 18일 11억6000만원으로 7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서울의 다른 자치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서대문구과 성북구, 중구 등 3개 자치구의 아파트값은 0%로 상승을 멈췄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대출규제, 금리인상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된 가운데 대부분의 집주인들도 집을 파는 시기를 조정하며 내놓는 경향 때문에 정말 급한 것만 거래되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상대적으로 가구수가 많은 대단지에서 거래 사례가 등장하며 대단지가 상승이든, 하락이든 해당 지역의 집값 흐름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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