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2.27 13:45

수만명 '묻지마 청약' 광풍 불던 '초피' 시장도 흔들




"청약 신청자가 수십만 명 단위로 나오고 경쟁률도 수백대 1이 기본이지만 막상 거래는 성사가 안 됩니다. 당첨자는 호가를 너무 세게 부르고 실수요자도 대출규제니 뭐니 해서 매수심리가 확 죽었어요."(서울 강서구 마곡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클릭 몇 번으로 수천만 원의 시세차익을 노려볼 수 있어 전국에서 청약 광풍이 불었던 수익형 부동산 초피거래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매도자-매수자 간 호가 차이가 너무 큰 데다 대출규제 등으로 실수요자의 매수 여력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27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생활형숙박시설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은 28일 오후 2시부터 잔여 객실에 대한 선착순 분양을 시작한다. 238실을 모집한 이 단지는 지난 15~17일 사흘간 청약 결과 10만8392건이 접수돼 평균 455.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계약금 10% 납부하면 전매가 가능해 전국에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 20일 당첨자가 발표된 직후 중층 매물의 경우 프리미엄이 1000만~3000만원까지 형성됐고, 고층 매물의 경우 호가가 5000만~8000만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분위기가 실제 거래성사로 이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전매 가능 부동산 물건에 대한 ‘초피 매칭(매도자-매수자 중개)’을 올해 10건 이상 진행했다는 마곡동 A공인 관계자는 "전국에서 초피만 노리고 청약자가 몰리다보니 경쟁률은 역대급으로 높은데, 바로 완판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청약물건은 청약금 300만원 수준인 데다 환불이 100% 이뤄진다. 당첨 이후 계약을 포기해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그는 "수백대 1 경쟁률 뚫고 당첨된 사람은 비싸게만 팔려고 한다"며 "최초 호가가 지나치게 높다보니 그게 소문이 쫙 퍼지면서 매수심리가 단번에 죽어버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8~19일 진행한 주거용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시흥대야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50실 모집에 10만6876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71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중개인들은 쉽사리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일부 저층 물건의 경우 계약일 직후 ‘무피(프리미엄 없이 분양가 그대로) 거래’ 희망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프리미엄은커녕 중개 수수료 등으로 오히려 손해만 보고 나가는 경우인 셈이다.
거래절벽의 또 다른 요인은 대출 규제다. 올해 서울 지역 마지막 민간임대 아파트이자 전매가능 물건으로 주목을 끌었던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정당계약일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완판’ 타이틀을 달지 못했다. 웃돈을 주고 해당 물건을 매수하려 했던 C씨는 "임대보증금이 9억원 수준인데 중도금 대출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고, 그마저도 내년 하반기에나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현금 9억원을 3년 안에 만들어야 하는데 해당 물건을 가져갈 여력이 안 돼 매수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의 침체 가능성도 초피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생활형숙박시설 등 비(非)주택 상품은 부동산시장 위축이 본격화할 경우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타격을 받는 시장"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무리하게 분양을 받았다가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면 악성 매물을 수년간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며 "해당 지역 수요공급 등 주택시장의 장기적인 상황과 대출 규제 등 정책 상황도 살펴보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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