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매매시장에 이어 전세시장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수도권 외곽은 물론 서울에서도 전세 매물이 1년 사이 4~5배 급증하는 지역이 나타나고 있다. 높은 전셋값과 매수세 위축, 계약갱신청구권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신규 전세 수요가 확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곳곳에선 이번주 전셋값이 하락전환한 곳도 쏟아졌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99.4를 기록해 지난해 6월22일(99.9) 이후 약 1년 6개월 만에 기준점인 100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전국 전세 시장에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서울 전세수급지수(93.9)가 3주 연속, 경기도(97.0)가 4주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전세수요가 꺾이면서 하락장도 본격화됐다. 이번 주 서울 성북구(-0.02%)와 인천 서구(-0.02%), 화성시(-0.06%), 성남 중원구(-0.03%), 수원 권선구(-0.02%) 전셋값이 하락전환했고 서울 금천·관악구, 경기도 구리·하남시가 보합세로 바뀌었다. 안양과 수원 영통구, 의정부 등 이미 마이너스에 접어든 곳들도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이처럼 전세시장이 주춤하는 이유는 매물 적체가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인천 서구는 이날 기준 전세 매물이 2539건으로 1년 전(445건)에 비해 470.5% 늘었다. 서울 광진구는 같은 기간 248건에서 1045건으로 321.3%, 은평구는 317건에서 1061건으로 234.7% 매물이 증가했다. 전세수요가 많은 서대문구 홍제동과 강남구 대치동은 증가율이 각각 718.1%, 501.8%에 달했다.

전세난 우려가 일었던 올 상반기와 비교해서도 매물이 많이 늘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7단지는 지난 6월 전세매물이 3~7건에 불과했으나 이날 기준 30개가 등록돼 있다. 경기도의 한 집주인은 "지난 8월과 비교해 전셋값이 1억3000만원 정도 떨어졌다"며 "원래 전세 나가는건 전혀 걱정 안 했었는데 요즘은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아파트 단지마다 전셋값이 최소 수천만원 이상 급등한 상황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자 전세 수요가 확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세 대출규제와 금리인상까지 겹쳐 세입자의 자금조달 부담도 커졌다.
다만 서울 전셋값은 2019년 7월 이후 2년5개월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섣불리 하락전환을 예측하긴 힘들다는 의견도 많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강남구와 서초구는 학군수요가 있는 곳이나 외곽 중저가 위주로 전셋값이 올랐으나 일부지역은 높은 가격부담으로 위축되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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