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수십·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초고가 하이엔드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들어 매매가격이 50억원을 넘는 초대형 면적(135㎡ 초과) 아파트 거래량은 153건으로 지난해 44건에 비해 248%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파르크한남’ 전용면적 268.95㎡(2층) 매물은 지난 13일 120억원에 팔려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기록됐다. 이 아파트는 8월 100억원에 거래됐다가 9월 108억원, 11월 117억원 등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아파트 외에도 연립주택·오피스텔 등에서도 초고가 거래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연립주택 ‘트라움하우스5’ 전용 273.64㎡는 지난 9월 16일 185억원에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2008년 같은 단지 평형이 120억7550만원에 당시 최고가로 거래됐는데, 약 13년만에 65억원이 더 올랐다.
지난달 4일에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소재 오피스텔인 ‘롯데월드타워앤드롯데월드몰’(시그니엘 레지던스) 전용 489.79㎡(68층)가 245억원에 실거래됐다. 2006년 실거래 가격이 공개되기 시작한 이래 오피스텔은 물론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을 통틀어 역대 최고가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쾌적하고 사적인 주거 공간을 향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데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전략이 이같은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1·2인가구가 늘어나면서 대형 평형 공급이 줄어든 점도 매물 희소성과 투자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아파트의 경우 연간 입주물량 중 85㎡ 초과 중대형의 비율은 2010년 34%에서 점차 줄기 시작해 2016년 처음 8%대로 떨어진 후 줄곧 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평형의 공급 감소로 인해 중대형, 특히 초대형 평형의 희소성이 높아졌고 팬데믹 이후 넓고 쾌적한 주거 환경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그에 대한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KB부동산의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용면적 135㎡초과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14억7153만원에서 지난 10월 24억7301만원으로 4년 만에 10억원가량 늘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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