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 강남권의 대표적 생태하천인 양재천변의 재건축이 닻을 올렸다.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4차 아파트가 양재천변의 노후 중층 아파트 중에는 처음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이 일대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천인 양재천은 한강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강남권의 대표적인 자연친화적 생태하천이어서 사업이 성사될 경우 새로운 부촌으로 탈바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구 도곡동 개포우성4차는 전날 열린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안 통과는 재건축 추진을 위한 첫 단계로 이후 재건축추진위원회,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등 재건축 절차를 추진할 수 있게 된다.
1985년 준공된 개포우성4차는 총 459가구로 단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지하철 3호선 매봉역과 가깝고 양재천과 맞닿아 있어 도곡동 최고 알짜 아파트로 꼽혀왔다. 안전진단 통과 이후 2017년 재건축을 본격 추진했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안이 보류되며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4년 만에 정비계획안이 통과되면서 재건축 사업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으로 개포우성4차는 최고 35층 규모, 총 1080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양재천 바로 앞은 25층으로, 인근 대치중학교 옆은 15층 규모 아파트가 지어진다. 양재천변과 맞닿아 있는 노후 아파트 중에서 정비계획안이 통과한 것은 개포우성4차가 처음이다.
개포우성4차가 재건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 양재천변 일대 재건축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다. 하천을 따라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중층 아파트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양재천과 바로 맞닿아 있지 않지만 개포우성4차 북쪽에 있는 개포한신의 경우 지난해 6월 건축심의를 통과했고, 지난달 환경영향평가까지 마쳐 사업시행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개포럭키와 개포우성5차는 소규모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양재천을 사이에 두고 개포우성4차와 마주보고 있는 개포동 현대2차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 올 6월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동의서를 징구하기 시작하며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개포경남은 인근 우성3차, 현대1차와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지난 8월 주민동의서를 걷기 시작해 세 단지 모두 주민동의율 70%를 넘긴 상태다.
양재천 북측으로는 대치동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일명 ‘우·선·미(개포우성·대치선경·대치미도)’가 안전진단 통과 후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대치미도는 최근 서울시의 재건축 지원방식인 신속통합기획에 합류해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재천과 떨어져 있는 남측 개포동 아파들도 재건축을 통해 신흥 주거단지로 거듭났다"며 "강 조망권을 갖춘 이들 단지가 계획대로 재건축되면 이 일대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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