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매매 거래절벽과 집값 고점 우려 속에서 주택 관련 수요가 민간임대아파트로 더욱 몰리고 있다. 최근 분양 시장에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대구에서조차 민간임대 경쟁률은 900대1에 육박하는 기현상이 나타났을 정도다.
2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전날 청약 접수를 마감한 ‘대구 호반써밋 하이브파크’는 총 446가구 공급에 10만여명이 넘게 몰려 평균 경쟁률 240대1을 기록했다. 이 단지 84㎡(전용면적)의 경우 기타지역 거주자 청약 경쟁률은 877대1에 달했다. 대구는 최근 공급 과잉으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이달에만 5개 분양 단지 청약 중 4곳이 미달 사태를 빚은 곳이다.
민간임대주택은 최근 연이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이달 6일 청약을 마감한 제주시 애월읍 ‘제주애월남해오네뜨’는 204가구 모집에 21만9124명이 몰렸다. 일부 주택형은 경쟁률이 2464대1에 달했다. 지난 8일 접수를 마감한 ‘서울 도봉 롯데캐슬 골든파크’ 역시 시행사가 청약 경쟁률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수십만명이 몰려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경기도 동두천시에서는 ‘동두천 중흥S클래스 헤라시티’가 평균 경쟁률 357대 1을 기록했다.
이들 단지와 같은 민간임대주택은 형식상 ‘임대’이기 때문에, 취득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의 세 부담이 없고 이주 걱정없이 최장 10년간 장기 거주가 가능하다.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실수요자라면 민간임대에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매수 기회를 저울질할 수도 있다. 일부 단지는 임대 기간 이후 임차인에게 우선 분양권도 제공한다. 아울러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고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전매제한이 없어 당첨만 되면 임차권 양도로 시세차익도 가능하다. 각종 규제와 집값 폭등에 지친 실수요자·투자자 모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선택지인 셈이다.
다만 투자 목적의 ‘묻지마 청약’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민간임대주택은 향후 분양전환과 이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투자 수요가 많다"면서 "그러나 우선 분양권이 주어지지 않거나, 임대기간 이전에 조기분양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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