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평촌 등에 이어 수도권 1기신도시 중 리모델링 무풍지대였던 일산신도시까지 ‘리모델링 바람’이 확산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에 비해 규제가 까다롭지 않고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잇따르고 있어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가 하나둘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리모델링 추진이 호재로 받아들여지면서 주춤하던 집값도 덩달아 오르는 분위기다.
하지만 리모델링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내력벽 철거’ 규제 완화가 약 6년째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사업 추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리모델링은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지 않으면 집 구조 개선과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추진이 쉽지 않다. 특히 노후화가 심해지고 있는 1기 신도시 등에선 이같은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리모델링 훈풍…집값도 쑥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1기 신도시인 일산 일대 노후 아파트 단지에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산서구 주엽동 문촌16단지뉴삼익은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을 확보해 내년 1월 조합창립 총회를 열 계획이다. 인근에 있는 강선14단지두산과 대화동 장성2단지대명, 일산동 후곡11·12단지주공 등도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 중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공사비가 많이 드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늘면서 일산 일대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문촌16단지뉴삼익 86㎡(전용면적)의 경우 지난 10월 7억88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된 뒤 현재 8억~8억50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최근 대출규제 강화와 집값 고점 인식 확산으로 수도권 곳곳에서 급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1기 신도시, 리모델링 기대감리모델링은 건물을 허물고 다시 공사를 해야 하는 재건축과 달리 기본 골조를 유지한 채 진행하기 때문에 사업기간이나 공사비 측면에서 유리하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 후 진행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15년만 넘으면 추진할 수 있고, 안전진단 요건도 B등급 이상으로 크게 까다롭지 않다. 특히 재건축에 필요한 사업시행·관리처분계획인가 단계가 생략돼 속도가 빠른 것도 특징이다.
그렇다보니 1989년부터 조성된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특히 크다. 준공 30년 전후로 노후화된 아파트 단지가 점점 늘면서 상하수도나 주차공간, 내부시설 등에 대한 개선 욕구가 크지만 용적률이 평균 198%로 높다보니 재건축을 추진하기 쉽지 않아 리모델링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1기 신도시의 경우 리모델링이 활성화되면 수도권 주택수요를 분산시켜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완화는 언제쯤…답 없는 정부하지만 리모델링을 둘러싼 정부 규제가 여전히 높은 편이어서 시장 활성화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올해 수직증축 리모델링 시 2차 안전성 검토를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전문기관이 신기술·신공법에 대한 공인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 개선을 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내력벽 철거 완화는 ‘깜깜 무소식’이어서 업계의 불만이 크다.
내력벽 철거가 이뤄지면 오래된 2~3베이(Bay·발코니에 접한 거실·방의 수) 아파트를 3~4베이로 바꿀 수 있어 상품성이 대폭 향상된다. 국토부는 2016년 1월 내력벽 일부 허용 방침을 발표했지만 같은해 8월 이를 유보한 뒤 현재까지 약 6년 간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내력벽 철거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이긴 하지만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도 일부 철거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집값 과열을 우려한 정부의 정책적 지연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고양, 성남, 부천, 안양, 군포 등 지역들은 정부의 리모델링 등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지난 10일 1기 신도시 활성화 상생 협약식에서 "1기 신도시 곳곳에서 자체적으로 조합과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시도하고 있으나, 현재의 법 체계로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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