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1.19 11:07

"업종별 탄소감축 비용 달라"…'배출권 거래제' 개선 요구한 최태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차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현행 배출권 거래제는 업종별 탄소감축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 탄소배출권 할당을 업종별로 차등화해달라는 취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산업계가 보조를 맞춰야 하지만 정부 역시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철강, 시멘트 등 다탄소업종의 어려움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19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열린 '제2차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비공개 회의시 배출권 거래제에 업종별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출권 거래제는 탄소 감축을 위해 정부가 기업에 배출할 수 있는 탄소 허용량(배출권)을 할당하고, 기업이 남거나 부족한 양을 사고팔게 하는 제도로 2015년 도입됐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같은 1t의 탄소를 감축하더라도 어떤 업종은 쉽게 감축할 수 있고, 특정업종은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며 "업종별 차등 없이 배출권을 할당하는 현행 제도 하에선 탄소를 쉽게 감축하는 기업들은 남은 배출권을 팔고, 탄소를 줄이기 어려운 기업은 감축 노력 보다는 시장에 나온 배출권을 구매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당시 모두발언에서 탄소 감축을 잘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을 언급했는데, 배출권의 업종별 차등 할당을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제시한 셈이다.
예컨대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한 다탄소배출업종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어렵다. 저탄소·무탄소 공정 등 신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배출권을 구매해 탄소 배출을 유지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이다. 결국 전체 시장의 탄소 배출을 추가로 감축하기 위해선 업종별 탄소 감축 비용을 고려해 다탄소배출업종에 배출권을 더 많이 할당하고, 기술개발 가속화를 유도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현행 제도에서 배출권은 업종과 관계없이 할당되고 있다. 직전 3년간 연 평균 탄소 배출량이 12만5000t 이상인 업체 또는 탄소 배출량 2만5000t 이상인 사업장을 가진 업체를 배출권 거래제 대상에 포함할 뿐이다.
정부 관계자들도 최 회장의 발언에 크게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산업부 관계자는 "최 회장이 탄소중립과 관련해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게 느껴졌다"며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인 만큼 건의사항 등을 관계부처와의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정부가 공격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설정하면서 당장 내년도 배출권 거래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정부는 오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고,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수립과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과 맞물려 이미 국내 배출권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EU는 탄소 누출위험이 있는 업종에 배출권을 무상할당하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철강업계에 대한 탄소배출 규제를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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