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잔여지분 매각 ‘흥행 여부’로 금융권 관심이 쏠린다. 당초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장 우려와 달리 18곳의 예비후보가 등장하며 열기가 고조되고 있어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18일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본입찰을 접수한다. 이후 변수가 없다면 입찰자에 대한 면밀한 평가를 거쳐 오는 22일 낙찰자를 공개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예보는 18일 본입찰 접수 마감 이후 인수 희망 기업을 대략적으로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분매각은 2019년 발표한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 로드맵’에 따른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의 후속조치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예보 보유 지분(15.13%) 중 10%를 매각하며 최소 입찰 물량은 1%다. 실제 매각 물량은 입찰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난달 8일 마감한 투자의향서(LOI) 접수에는 통신사, 건설사부터 가상화폐거래소까지 다양한 업종의 기업 총 18곳이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KT, 호반건설, 두나무, 하림그룹 등 국내 굴지의 기업과 유진PE, 글랜우드PE 등 사모펀드가 인수 의향을 밝혔다. 기존 주주인 우리사주조합과 대만 푸본금융, 한국투자증권 등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우리금융 잔여지분 매각에 이처럼 많은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나선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인센티브로 제공되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목한 결과라고 분석한다. 4% 이상 지분을 신규로 취득한 투자자에게 우리금융 사외이사 추천권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경우 타 금융지주에 비해 사외이사 인원이 적어 메리트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지분 투자를 통해 시중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기회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참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큰 폭으로 뛴 우리금융 주가가 지분 매각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높아진 가격에 부담을 느낀 상당수 투자자가 본입찰을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다.
우리금융 주가는 매각 공고 이후 두 달 동안 24.5% 올랐다. 매각 공고일인 지난 9월9일 종가는 1만800원 수준이었지만 전날 기준 종가는 1만3450원이다. 이에 따라 매각 공고 당시 7700억원으로 추산됐던 잔여지분 10%의 매각 금액도 9400억원으로 늘어났다. 당초 4% 지분 인수를 위해 필요했던 금액이 약 3000억원에서 약 4000억원으로 뛴 셈이다.
다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금융업의 향후 성장성이 크고 우리금융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향후 배당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점 등은 투자 희망기업 입장에서 여전히 매력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사외이사 확보를 통해 금융사 경영 참여를 통한 시너지 창출도 흥행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오는 18일 본입찰에서 ‘진성’ 투자자와 ‘가성’ 투자자의 윤곽이 들어날 것으로 본다. 예보는 10% 지분을 3~4곳(4% 2곳·1% 1~2곳)의 투자자에게 매각할 것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로선 이미 우리금융 지분 4% 내외를 보유한 한투와 대만 푸본생명, 우리금융과 전략적 제휴가 끈끈한 KT 정도가 ’진성‘ 투자자로 분류된다. 나머지 1%의 지분은 참여 의지가 확고한 우리사주조합 등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사주조합의 한 관계자는 "매각 공고 당시보다 금액이 늘어난 점은 부담이지만 1% 정도의 지분 인수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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