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11.15 14:50

"사모펀드 팔기 걱정돼요"…고사 위기 은행펀드, 내년엔 어쩌나(종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송승섭 기자]서울 강남구에 있는 A은행에서 PB로 일하는 오대형씨(38·가명)는 드물게 생긴 사모펀드 가입희망 고객이 부담스럽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라 지켜야 할 규칙이 수십 가지는 되는데다, 상부와 금융당국에서도 깐깐하게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고객에 규정대로 상품을 판매하면 걸리는 시간은 최소 1시간. 오씨는 “내가 판매한 사모펀드가 불미스러운 사고에 연루될까 걱정도 든다”고 토로했다.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파생결합펀드(DLF)·라임·옵티머스 등 잇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고객 신뢰가 실추된 데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으로 가입절차가 복잡하고 판매 환경이 녹록지 않아져서다.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7월 29조원을 넘었던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현재 16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전체 판매액의 3% 수준에 불과하다. 판매를 늘릴 수 있는 뚜렷한 묘책도 없어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는 내년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 사모펀드 판매 비중 ‘최저’…3%대 붕괴 임박15일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매월 감소세를 이어가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9월 말 기준 16조3167억원으로 판매 비중은 3.42%에 그쳤다. 같은 기간 증권업계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이 409조7869억원으로 85.83%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비중은 2018년 8%대를 기록했지만 2019년 사모펀드 사태를 겪으며 6%대로 떨어졌다. 올해 4월에는 처음으로 3%대까지 추락했다.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면 조만간 3%대도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사모펀드 계좌 수는 은행·증권 간 역전 현상도 발생했다. 9월 말 사모펀드 계좌 수와 그 비중은 은행 1만2000좌(13.19%), 증권 7만7000좌(84.62%)로 증권이 압도적으로 많다. 2018년 초만 하더라도 은행 6만4000좌(53.33%), 증권 5만5000좌(45.83%)로 은행이 훨씬 많았다.
은행권의 사모펀드 판매가 급감한 것은 2019년부터 연이어 터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영향이 크다. 은행업권 특성상 증권사보다 금융상품 투자손실에 민감한 보수적인 고객들이 더 많다 보니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펀드 판매 신뢰도의 타격도 은행이 더 컸다. 사모펀드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금소법 등 강화된 금융규제가 속속 도입된 것도 은행들의 판매 기피현상을 부채질했다.
최근 은행권 사모펀드 판매를 옥죄고 있는 것은 금소법으로 시행된 6대 판매원칙(적합성 원칙·적정성 원칙·설명의무·불공정영업행위 금지·부당권유행위 금지·허위 및 과장광고 금지)이다.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법인 만큼 현장에서는 금소법 시행 후 사모펀드 뿐 아니라 공모펀드까지 팔기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내년에도 힘들어"…돌파구 못 찾는 은행권

지난달 21일 사모펀드 관련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및 하위 법규 개정안이 시행된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앞으로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투자·권유·판매할 경우 핵심상품설명서를 교부해야 하고, 사모펀드의 개인·사행성 업종 대출은 금지된다. 판매·수탁사가 일반 투자자에 사모펀드를 판매했다면 불합리한 운용행위가 없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사모펀드와 관련된 사고가 신속하게 해결되지 못하면서 시장불신이 커지는 상황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모펀드 사태로 인한 금융사별 피해액 중 환매 되거나 중도상환되지 못한 판매잔액이 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은행권이 1조6537억원이고 증권업계 3조8488억원이다. 진선미 의원은 “투자자들의 신속하고 정확한 피해 구제를 위해 금감원의 발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판매 현장 분위기를 고려할 때 내년에도 은행 사모펀드 판매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펀드 판매를 늘려 실적을 낸 다기 보다 리스크 최소화와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들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전략을 마련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년 중위험·중수익 상품 라인업을 확장해 고객 신뢰감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자산의 위험 정도에 따라 고객군을 분류해 맞춤형 사모 상품 선별 출시에 나서고 있다"며 "내년에는 우량자산을 선별해 충분한 검증 작업을 거친 후 상품을 내놓는 게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다만 교체된 금융당국의 수장이 최근 시장 친화적 행보를 보이는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사모펀드 관련 규제가 당장 완화되는 건 아니지만, 기본 기조 자체가 금융회사의 과도한 제재나 검사보다 자율규제와 이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역시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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