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2.3%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고유가 등 영향으로 종전 전망치(1.7%)보다 0.6%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13일 KDI가 최근 발표한 '2021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상반기 1.8%, 하반기 2.7% 각각 올라 연간으로는 2.3% 상승할 전망이다. 연간 물가상승률이 2%대를 기록한 것은 2012년(2.2%) 이후 9년 만이다. 지난해(0.5%)와 비교해 봐도 급격한 상승세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물가상승률 전년 누계비는 2.2%인데, KDI는 이보다 0.1%포인트 오를 것이라 봤다. 즉 남은 11~12월 중에도 물가에 대한 추가 상방압력이 작용할 것이라고 본 셈이다.
다만 KDI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상회하고 있으나, 근원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의 수준을 감안할 때 현재의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며 중장기적 기대인플레이션이 물가안정목표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승할 경우, 기대인플레이션의 안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석유류, 식품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하고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1.2%, 내년 1.7%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향후 경기가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기조적인 물가상승세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KDI는 내년 소비자물가는 올해보다 0.6%포인트 낮은 1.7%로 전망했다. 올해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내년 중반 이후에서나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소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의 물가상승 기조에는 무엇보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유가 영향이 크다. 때문에 내년 이후 유가 추이에 관심이 쏠리지만, 대체로 현재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관련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간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평균 국제유가(WTI유 기준)는 배럴당 61.89달러로 올해(68.27달러)보다 다소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KIEP가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대외경제 전문가를 대상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가들은 올해 평균 유가를 '배럴 당 74.6달러', 내년 전망을'배럴 당 77.0달러'라고 응답해 유가가 소폭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가장 많았다.
정부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주요 대외리스크로 꼽으며 물가 추이를 민감하게 살피고 있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하반기 들어 물가 상방압력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지난해 통신비 인하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농산물 가격도 안정되고 있다는 점은 하방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유가는 여전히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국내에서는) 유류세 인하정책이 적용됐고, 이것이 온전히 반영된다면 0.33%포인트 (물가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물가하락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일부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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