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석탄가격 2주새 57% 급락
요소 가격·재고 다시 정상화
중국, 요소 수출제한 완화
마그네슘잉곳·산화텅스텐 등
中 수입 의존 구조적 문제
장기적 수입처 다변화 필요

요소수 범부처 합동 대응 일일상황점검회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주상돈(세종)·황윤주 기자] 우리 정부가 중국에서 요소 1만8700t을 조만간 들여오기로 결정한 데는 외교적 노력뿐 아니라 중국 내 수급 상황도 개선된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제한하던 요소 수출을 10일 다시 풀기로 했다. 하지만 중국의 상황에 우리 산업계가 언제든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나 리스크’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중국 팡정선물거래소에 따르면 t당 2570달러까지 올랐던 중국 친황다오 석탄(발전용) 가격은 지난 2일 기준 t당 1100위안까지 떨어졌다. 불과 2주 새 중국 석탄 가격이 57%나 급락한 셈이다. 친황다오는 중국 최대 석탄 항구이며, 친황다오 석탄 가격은 중국의 표준 가격이다. 팡정선물은 중국의 석탄 생산이 늘어나면서 석탄 가격이 급락, 중국 요소 생산 업체의 원가부담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요소 가격은 올 연말까지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요소 재고도 다시 정상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팡정선물은 지난달 15일 중국 정부가 화학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 방식을 변경한 이후 수출이 제한되면서 중국 내 요소 재고는 83만3000t(11월4일 기준)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이는 최근 5년 새 최고치라고 팡정선물은 덧붙였다.
중국 수급 상황이 나아지면서 우리 기업들은 요소수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 요소 수입 물량이 들어오는 즉시 생산을 할 수 있도록 현재 기업들과 정부가 일정, 규모 등을 함께 논의중이다. 국내 최대 요소수 제조업체인 롯데정밀화학은 최근 요소 부족으로 소매용인 3.5ℓ, 10ℓ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화물차에 사용되는 20t 규모의 벌크 라인만 가동하고 있다. 롯데정밀화학은 환경부 등 정부와 협의해 차량용 생산 라인 가동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보통 요소 1t으로 요소수 3t을 생산할 수 있다. 이번 수입 물량으로 약 5만4000t의 요소수 생산이 가능하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용 요소수 기준 국내 하루 사용량은 250~300t으로, 중국 기계약 수출 물량으로 국내 차량용 요소수 기준 6개월치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와 협의 후 수요가 절실한 제품군 위주로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발 원자재 대란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이번 요소수 대란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차이나 리스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곧바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 수입을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원자재는 요소 말고도 마그네슘잉곳, 산화텅스텐 등 셀 수 없이 많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9월 기준 단일국 수입 비중이 80% 이상인 원자재 품목은 3942개다. 이 중 중국의 품목수가 1850개로 가장 많다. 이어 미국 503개, 일본 438개 순이다.
자동차 차체와 차량용 시트 프레임, 항공기 등 부품 경량화 작업에 필요한 알루미늄 합금을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원료인 마그네슘잉곳은 100%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전력난 탓에 중국 정부가 생산을 통제하면서 이미 공급부족 발생하고 있다. ‘제2의 요소수 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이유다.
광촉매와 빛·발광 등의 특성을 이용해 의료기기와 반도체 제조 시 활용 되기는 산화텅스텐도 중국 의존도가 94.7%에 달한다.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수산화리튬도 수입액의 83.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또 전자제품의 소형화·경량화를 구현하는 데 활용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경우도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다. 올 1~9월 전체 수입의 86.2%인 1억8675만달러어치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했다.
이는 정부가 중국보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에서 일본만 의식한 결과이기도 하다. 2019년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한 결과 반도체 제조 핵심 품목인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수입 비중이 2020년 86.5%에서 81.2%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같은 기간 93.8%에서 93.1%로 줄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번 요소 대란처럼 특정 국가,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의 경우 언제든 ‘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 있다"며 "중국을 포함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수입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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