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초고가 전세대출’이 막힌다. 시장에서는 보는 제한 기준선은 15억원 이상이다. 보증금 15억원이 넘는 전세계약이 서울을 중심으로 속출하자 자칫 집값 추가 상승의 ‘도화선’이 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초고가 전세대출에 대한 지적들이 있는 SGI서울보증보험이 중심이 돼 (보증 중단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세대출을 보증하는 금융사는 모두 3곳이다. 공공기관인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일정 금액 이하의 전세 보증금에만 보증을 해주는 반면, 민간사인 SGI서울보증은 한도를 두지 않고 있다.
전세대출이 제한되는 초고가 기준은 15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15억원 이상은 주택담보대출 금지 기준이다. 당초 9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였지만 고 위원장은 "9억원 넘는 전세도 많아졌기 때문에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검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행시기는 이르면 다음 달, 늦으면 내년이 유력하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의 원금 분할상환을 내년부터 적극 유도하기로 한 만큼 이에 발맞춰 시행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초고가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 제한을 연내 시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대출 분할상환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없으며 앞으로도 의무화할 계획이 없다"고 덧붙였다.
초고가 전세대출 규제는 무주택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기존 차주는 제외하고 신규 대출 건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초고가 전세대출 규제를 예고하고 나선 것은 최근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는 점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치솟는 전셋값이 자연스레 매매 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초고가 전세대출부터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0월 보증금 15억원을 넘는 서울 아파트는 53곳으로 2018년(3곳)보다 18배 가량 급증했다.
가계대출 증가 폭이 여전히 큰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706조3258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4380억원 증가했다. 가계부채 관리방안 강화에도 불구하고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가파른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초고가 전세대출 제한의 부작용으로 전세의 월세·반전세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증이 되는 한도까지 전세대출을 받고 나머지는 월세로 부담하는 관례가 굳어져 실수요자 등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의 월세·반전세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특히 자녀교육을 위해 대치동이나 목동 등에 이사를 계획했던 이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는 초고가 전세대출 보증 제한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더욱 본격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전세대출 분할상환 우수 금융사에 정책모기지 배정을 우대하는 등 전세대출의 분할상환 유도 및 인센티브를 확대할 방침이다. 또 임대차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제한된 은행권의 조치도 더욱 타이트하게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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