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운행 대형 화물차
"10만원 주고 간신히 구해도 서울~부산 운행 힘들어"
택배업계 간선차량들
이번주 운행 중단 초읽기
지역간 연결고리 끊겨
1~2주 안에 물류 마비 위기
정부, 호주 2만ℓ 공수
매점매석 단속 등 뒷북대책
산업용→차량용 전환 검토

[아시아경제 주상돈(세종) 기자, 이동우 기자] 요소수 품귀 사태로 주요 도시 물류 터미널을 오가는 간선 차량의 운행 중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간선 차량의 운행이 중단되면 지역 간 연결고리인 물류망 자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돼 택배 산업 자체가 ‘올스톱’될 수 있다.
8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요소수 품귀에 따른 가격 급등 사태로 이번 주부터 간선 차량들의 운행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간선차량은 주요 도시 내 물류 터미널을 오가는 대형 물류 차량으로, 물류망의 대동맥 역할을 한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선 꼭 필요한 일정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요소수를 구해 운행에 나서고 있지만 앞으로 이마저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요소수 10만원 줘도 운행 힘들어= 품귀 현상 전 10ℓ당 평균 8000원 내외였던 요소수 가격은 현재 중고거래 시장을 중심으로 10배 이상 오른 1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요소수 10ℓ당 300~400㎞를 운행할 수 있는 대형 화물차주들은 10만원으로 서울~부산도 운행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산 등을 오가는 장거리 운행을 중단한 간선 차량이 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택배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금주 내 장거리 간선 차량의 운행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 가정에 물품을 전달하는 소형 택배 차량도 물류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게 돼 운행할 수 없게 된다.
택배업계는 자체적으로 요소수 확보에 나서는 한편, 직영 택배기사를 중심으로 전기차 운행을 확대하고 있지만 당장 전 지역의 배송 차량을 친환경으로 대체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정부 정책, 매점매석 단속과 2만ℓ 공수뿐= 요소수 대란이 현실이 되고 있지만 정부가 마련한 대책은 이번 주 호주에서 요소수 2만ℓ를 수입하는 것과 국내 수급안정을 위해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단속에 본격 나서기로 한 게 전부다. 호주 도입물량은 전체 차량용의 3~4% 정도 불과하다. 중국 정부가 요소수 수출규제를 강화한 지 약 한 달 만에 우리 정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대책이지만 당장의 수급불안을 해소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뒷북 대책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이날 매점매석 단속을 시작했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경찰청 등 31개조, 108명의 인력을 투입해 요소수와 원료인 요소의 매점매석 행위 등 점검에 착수한다"며 "현장 조사과정에서 적발된 위법사항을 즉각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요소 수입업체(약 90개)와 요소수 제조업체(47개), 수입업체(5개), 중간유통사(100개), 주유소(1만개) 등 이번 단속 대상이 되는 업체의 수를 약 1만개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속의 성과를 제고하기 위해 전국·권역별 요소·요소수의 유통 흐름을 촘촘하게 파악해 대응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요소수 및 그 원료인 요소 매점매석행위 금지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했다. 기존 월평균 판매량보다 10%를 초과해 보관하거나, 수입·제조 또는 매입한 날부터 10일 이내 판매하지 않았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부는 호주 외에 가용한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베트남 등 여타 요소 생산 국가와 연내 수천t이 도입되도록 협의에 나설 방침이다.
관심은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이 가능한지 여부에 쏠린다. 환경부는 현재 ‘산업용 요소·요소수를 차량용 요소수로 제조해 사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온다. 당장 1~2주 안으로 물류 마비 영향권에 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뒤늦은 조치가 될 가능성도 있다. 또 불순물 문제로 이마저도 사용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올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날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오전 산업부와 환경부, 공정위 등 관계부처 1급 회의를 주재하고 요소수 사태를 논의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15일부터 요소 수출 검역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지 3주가 지나 정부 차원의 본격 대응을 시작했다는 얘기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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