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아파트 브랜드를 둘러싼 주요 재개발·재건축 조합과 건설사간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고급 브랜드를 단 아파트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시공사 선정을 마친 기존 사업장에서도 브랜드 교체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마찰이 깊어지면서 시공계약 해지 움직임도 늘고 있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신월곡1구역에서는 최근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 해지 총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구역은 이미 2009년 12월 롯데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된 곳이다. 지난해 8월에는 사업시행인가까지 마쳤다.
하지만 최근 일부 조합원이 시공사 교체를 요구하며 갈등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기존에 시공사측이 제안한 브랜드 ‘마크원’ 대신 롯데건설의 고급 브랜드 ‘르엘’ 사용을 요구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시공사 해임 동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 주민은 고급 브랜드 교체가 어렵다면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고 경쟁입찰에 나서자는 요구를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이 총회를 열고 DL이앤씨와의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은 ‘e편한세상’ 대신 DL이앤씨의 고급 브랜드인 ‘아크로’ 사용을 요구했다가 거절되자 결국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강수를 뒀다. 2019년 시공사 선정 2년 만이다. 동작구 흑석9구역 역시 ‘르엘’ 브랜드 적용을 놓고 마찰이 커지자 결국 롯데건설과의 계약을 해지했다.
브랜드를 둘러싼 갈등은 지방 사업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광주시 최대 재개발 사업장인 서구 광천동 재개발 조합은 DL이앤씨 컨소시엄에 ‘아크로’ 적용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지난 5월 총회를 열고 계약을 해지했다. 부산 금정구 서금사재정비촉진구역에서는 5구역에 이어 6구역도 기존 시공사와 결별했다.
이 같은 현상은 브랜드의 집값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고급 브랜드 적용이 향후 집값 상승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한 셈이다. 건설사들이 수주전에서 이기기 위해 잇따라 고급 브랜드 적용을 내세운 것도 조합의 눈높이를 높인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강남권 특정 단지에만 적용되던 고급 브랜드가 강북권, 리모델링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이미 계약을 맺은 조합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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