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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주거복지 부문 모회사와 토지·주택 개발 부문 자회사로 수직분리하는 개편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졸속으로 서둘러 결정하기보다는 다음 정권으로 개편 시점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여야 간사가 공동주최한 LH 조직 혁신 2차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마련한 LH 모회사·자회사 체제 개편안을 제시했다
앞서 정부는 LH 조직 개편과 관련해 3가지 안을 내놓은 바 있다. 1안은 주택부분+주거복지부분, 토지부문 등 2개 조직으로 나누는 방안이고. 2안은 주거복지부문, 주택부문+토지부문으로 분리하는 안이다. 3안은 주거복지부문을 모회사로 만들고 주택부문+토지부문을 자회사로 두는 안이다.
태평양은 이 중 주거복지 기능을 모회사로 하고, 토지·주택 개발 기능을 자회사로 수직 분리하는 3안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수평 분리의 경우 개발 부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투기 위험을 제대로 통제하기 힘들고, 법인세 연결 납세 적용이 어려워 세부담이 늘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반면 수직 분리하게 되면 개발부문 통제 강화와 주거복지 재원 확보, 조직 개편 비용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이강훈 참여연대 변호사는 "모회사가 비수익 사업인 주거복지사업을, 자회사는 수익사업인 토지사업과 주택사업 등을 담당하게 되면 자회사는 돈을 벌어와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수익성 추구를 해야 할 강한 동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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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LH 땅투기 사건에 정치권이 너무 과잉반응해 LH에 대해 '해체'라는 말을 언급해서 그쪽으로 가야 하는 것처럼 됐다"라며 "자산 파악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것인데, 100억원짜리 회사도 이렇게는 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시경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현재 공공기관 운영체계에서 모회사, 자회사 관계가 성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실질적인 지배력은 사업에 대한 승인, 감독, 임원 임명권, 예산배분권에서 나오는데 공공(비수익)사업이 수익사업을 지배할 수 있다는 근거가 무엇인지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LH 본사가 있는 진주 등 지역에서의 반대도 심하다. 경남진주혁신도시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와 조규일 진주시장, 박대출·강민국 국회의원은 전날 국회 앞에서 정부의 LH 조직개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영춘 범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정부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조직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발표하고서도 지역사회와 논의 없이 개혁안을 진행하는 것은 진주시민과 경남도민을 기만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조직개편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강훈 변호사는 "몇달 만에 안을 정하고 밀어붙이기보다는 정부와 국회가 다양한 각도에서 종합적인 연구 용역 통해 개혁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며 "차분하게 차기 정부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19일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정쩡하게 시간만 가면 (내부) 불안만 가중될 것"이라며 LH 조직개편을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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