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문제원 기자, 류태민 기자] 당정이 최근 논란이 됐던 세종시 공무원 아파트 특별공급제도를 전면 폐지하기로 가닥을 모은 것은 본래 취지와 달리 공무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성난 민심을 돌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유령 청사’ 등 변종수법까지 활개치며 이 제도가 기관 이전 공무원들의 재산 증식 방법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는 점을 볼 때,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순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세종시, 지난해 집값·공시가 상승률 1위…"과도한 특혜 공감대" = 김부겸 국무총리는 28일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서 특공 제도 폐지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보기에 과도한 특혜라는 점에 인식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특별공급제도는 세종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기업 종사자들의 주거안정과 보상 목적으로 2010년 제정돼 이듬해부터 운영돼왔다. 도시 조성 초기에는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아파트 미분양 사태가 나기도 했지만 특별공급제도로 기관 종사자들을 세종시에 정착시키고 도시 기능을 갖추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정부 조사를 보면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공급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10년간 세종시에 공급된 아파트 9만6746가구 중 2만5636가구(26.4%)가 공무원 등 이전기관 종사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 세종시의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특공으로 공급된 아파트가 공무원들의 주거공간이 아닌 재산 증식 수단으로 이용됐다는 점이다. 또 정부는 이에 대한 통계나 기본적인 제한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 세종시 아파트 분양 실적을 맞추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특공으로 물량을 몰아준 측면도 있었다.
실제로 세종시는 지난해 집값 상승률 1위(42%), 공시가격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2020년 7월엔 한 주에만 집값 상승률이 3%에 육박하기도 했다. 세종시 내에 지난 한 해 동안 두 배 이상 집값이 오른 아파트 단지가 속출했다. 2020년 다주택 공직자 19명이 세종시 특공 아파트를 매각하면서 올린 차익은 평균 4억 원 정도에 이른다.
◇"이익 볼 사람 다 봤는데 이제야?" 여전한 뒷북행정 = 정부의 폐지 결정에도 ‘뒷북 행정’이라는 비난이 제기되는 이유는 세종시 집값 급등으로 인해 이미 수억원 대의 차익 실현에 성공한 공무원들이 수두룩해서다.
2015년 세종더샵힐스테이트 98㎡(전용면적)를 특공으로 분양받았던 공무원 A씨는 지난해 이 아파트를 13억5000만원에 매도했다. 당시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3억6000만원 가량으로 무려 10억원 가까운 시세차익을 남긴 셈이다. 또 2011년 110㎡ 짜리 아파트를 3억7500만원대에 분양 받았던 공무원 B씨는 지난해 12억 9000만원에 처분해 9억원 이상 시세차익을 거뒀다.
심지어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의 ‘유령 청사’와 같은 수법마저 생겨났다. 관평원은 세종시 이전이 무산됐음에도 직원 82명 가운데 49명이 특공 분양을 받아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나온 특공 물량 2만5406채 가운데 10년 동안 매매, 전매, 전월세 등을 통해 거래된 아파트는 5943채(23.4%)였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이익 볼 사람은 다 본 상태인데 전면 폐지가 너무 늦었다"라면서 "세종시 특공제도는 기업 이주에 대한 인센티브를 높이는 방안 등으로 활용됐어야 하는데, 그것과 관계없이 이전하기만 하면 해당된다고 하는 등 집 파는데만 집중을 해서 효과가 이상하게 나왔다"고 말했다.
◇"폐지 대신 환매조건부 개정해야" 요구도 = 당정이 여론만을 고려한 나머지 무리한 강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개선책 대신 완전 폐지로 인해 세종시 공무원은 물론,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폐지가 아니라, 특공을 받고도 세종으로 이사를 안가고 서울에서 출퇴근을 하면 그 집을 돌려받는 환매조건부로 개정을 검토했어야 한다"면서 "특공을 완전히 없애버리면 세종으로 내려가는 공무원 등은 전월세 구하는데 애먹을 수밖에 없는데 이번 조치는 여론을 고려한 강수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전 예정 기관의 한 공무원은 "당시에는 정부 정책에 의해 개개인들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라 ‘당근책’ 제공이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었다"면서 "일부 잘못으로 인해 지역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토로했다.
국토부는 빠른 속도로 제도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개정사항은 아니고 시행규칙하고 훈령 개정사항이어서 시간은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면서 "과기부, 중기부, 행안부 등이전 (예정) 중인 기관들은 특공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청약을 통해서 중장기적으로 주거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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