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5.20 12:36

청약시장, 커트라인 치솟고 현금 없인 그마저도 '넘사벽'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서울에서 아파트 청약을 통한 내집 마련의 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3인 가구도 당첨이 힘들 만큼 당첨가점이 계속 오르고 있는 탓이다. 대출이나 실거주 요건 강화로 당첨돼도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청약 시장이 현금부자들의 잔치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당첨가점은 67.17점이었다. 가점제로 매겨지는 85㎡(전용면적)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해당지역·기타지역을 각각 합산해 평균을 낸 결과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지난해 서울 아파트 청약가점 평균이 약 65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올 들어 당첨 평균이 더 오른 셈이다.
67점은 45세 이상 가장이 무주택기간, 청약통장가입 기간에서 만점을 받아도 자녀가 1명밖에 없거나 부모님을 부양하지 않으면(부양가족 최소 2명) 받을 수 없는 점수다. 최저 당첨가점인 당첨 커트라인은 평균 66.46점이었다. 이 역시 최고 64점을 받을 수 있는 40대 3인 가구는 당첨권에 들지 못하는 점수다.
특히 인기 청약단지에서는 가점이 70점을 훌쩍 뛰어넘는 단지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강남권과 맞닿은 강동구에서 분양된 고덕강일 제일풍경채 84.1500㎡의 경우 최고 82점의 당첨자도 나왔다. 가점 만점인 84점에 불과 2점 모자란 점수다. 최근 ‘로또 분양’으로 불린 경기 화성시 동탄역 디에트르 퍼스티지의 평균 당첨가점은 70점대까지 치솟았다.
갈수록 당첨 문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당첨돼도 현금 없이는 분양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가 실거주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실상 현금부자들만 유리해진 탓이다. 그동안 분양가를 마련하기 힘든 당첨자들은 분양받은 집을 곧바로 전세로 놓아 자금을 마련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월19일부터 입주자모집공고가 뜨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를 대상으로 입주와 동시에 최대 5년 동안 직접 거주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여기에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의 경우 중도금 집단대출도 제한된다. 중도금은 분양가에서 60% 가량을 차지한다. 여기에 계약금 20%까지 더하면 분양가의 약 80%를 현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분양가 10억원 아파트의 경우 총 8억원의 현금이 준비되는 사람만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수요자들이 결국 당첨을 포기하거나 "현금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다음달 분양될 예정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나 연내 분양 예정인 강동구 둔촌주공 등 인기단지 역시 대부분의 30~40대 무주택자들에게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래미안 원베일리는 고가 전세에 살면서 무주택을 유지해 온 자산가들이 몰릴 것"이라며 "분양가 자체가 높은데 대출은 받기 어려워 일반 서민들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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