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3.15 12:00

장관은 시한부, LH는 존폐 위협…부동산 정책 동력상실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게 된 데다 장관마저 시한부인데 집값을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사건에서 촉발된 국민적 분노가 커지면서 주택 정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불신을 넘어 아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끝났다"는 조롱 섞인 평가마저 나오는 모습이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 컨트롤타워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한부 장관’으로 전락하고, 정책 집행을 총괄하는 LH는 공급 확대는커녕 조직의 존폐마저 위협받으면서 시장에서는 겨우 안정된 집값이 다시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정책 어떻게 밀어붙이겠나" 침울한 국토부·LH정부 안팎에 따르면 공직자 땅 투기 의혹을 둘러싼 사태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국토부와 LH 내부도 혼돈에 휩싸이고 있다. LH는 최근 2명의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겹치면서 침통한 분위기다. 국토부 역시 문 대통령이 지난 12일 변 장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2·4 공급 대책의 기초작업까지만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사실상의 ‘시한부’ 결정을 내려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현재 국토부 직원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에 대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합수본)의 전면적인 투기 의혹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장관의 리더십 부재까지 발생해 업무 공백을 메우기 힘들어졌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현재 주택 분야를 이끄는 주택도시실장이 한 달째 공석 상태이며, LH 역시 변 전 장관이 국토부로 자리를 옮긴 이후 3개월째 사장 직무대행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회복불가 수준으로 떨어진 정책 동력정부는 이번 사태와 무관하게 향후 주택 공급 일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크다. 당장 이달 중 2·4 대책에 따른 공공 재개발 후보지 등이 발표될 예정이나 시장에선 ‘공공’에 대한 거부감이 가중돼 민간 개발을 더욱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오는 7월 시작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광명시흥지구의 3기 신도시 추가 지정 철회’에 대해 57.9%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 확대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공공 주도'를 천명했는데 시장에선 이번 사건을 통해 여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정부로선 정책의 신뢰와 일관성에 확신을 주는 게 과제일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다수당의 힘을 앞세워서 졸속으로 관련 법안들을 만들어내는 것도 약보다는 독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불안 자극, 집값도 안갯속문제는 이 같은 업무 공백이 2·4 대책 발표 이후 안정세를 되찾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집값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어려움이 닥친 때일수록 지도력이 필요한 법인데, 국토부와 LH 모두 리더십을 잃으면서 문제 해결과 대책 수립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정부 혼돈 상태가 이어지면 그만큼 시장 참여자들도 불안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업계에선 문 대통령의 임기가 1년2개월 남은 상태에서 LH발 대규모 악재가 터지자 집값이 더욱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2·4 대책에 따른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나 오는 7월 시행되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글이 다수다.
정책이 실패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매수세를 다시 자극해 30대 등 젊은 층의 ‘패닉 바잉(공황 구매)’이 다시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크다. 사전청약을 기다리는 30대 신혼부부 A씨는 "올해는 집값이 조금 안정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책이 좌초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사전청약이 지연되면 매수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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