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업데이트 21.02.09 11:05

"잘못 사면 물딱지"…2·4대책에 얼어버린 빌라 시장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2·4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연립·다세대(빌라)주택시장이 거래 절벽에 맞닥뜨렸다. 공공의 개입으로 자칫 원치 않는 현금청산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금 빌라 사면 바보"라는 말까지 돌면서 시장의 불만과 불안도 커지고 있다.
9일 정비업계와 일선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4일 공공 주도 도심 개발·정비사업 방안을 골자로 한 공급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등 비(非)아파트 거래가 급격히 위축됐다. 특히 노후 주택이 밀집한 지역들의 경우 거래가 뚝 끊긴 상황이다.
서울 성북구 A공인 관계자는 "지금 잘못 사면 ‘물딱지(입주권 없는 현금청산 대상)’가 될 수도 있다는데 누가 사려고 하겠냐"면서 "정부가 공포심을 자극해서 빌라시장만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빌라시장의 거래 절벽은 정부가 투기 방지책으로 내놓은 ‘우선입주권’에서 비롯됐다. 우선입주권 자격 기준을 일반적인 ‘정비예정구역 지정일’이 아닌 ‘대책 발표일’로 정하면서 논란을 촉발했다. 섣불리 노후 빌라나 아파트를 샀다가 향후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구역으로 지정되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지 못하고 시세나 이보다 낮은 금액에 현금청산을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서울 빌라시장은 아파트 전세난, 공공재개발 붐으로 활황세를 보였다.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주택 매매 건수는 이날 현재 신고분 기준 4049건으로 아파트 매매 건수(3661건)를 웃돌았을 정도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 현금청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뀐 것이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가 전 국민을 잠재적 현금청산 대상자로 만들었다’라는 비난까지 쏟아지고 있다. 이달 초 송파구의 한 노후 빌라를 가계약했다고 밝힌 B씨는 "아파트 전셋값이 워낙 비싸 안정될 때까지 빌라에서 마음 편히 살 계획이었는데 현금청산 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설 연휴 이후 도심 공공개발 우선 검토 후보지 222곳을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혼란은 가중되는 분위기다. 서울 중구 C공인 관계자는 "지난달 상황과는 완전히 딴판"이라며 "후보지가 있다고 하면서도 안 가르쳐주니 어느 지역이든 빌라를 사기가 꺼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4 대책의 풍선 효과로 불확실성이 없는 새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다음 달 입주 예정인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59㎡(전용면적)의 경우 2·4 대책 직후 호가가 실거래가보다 7000만원 높은 17억원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공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재개발·재건축시장은 당분간 매수세가 사라질 것"이라며 "대신 풍선 효과로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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