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최근 강동구의 한 아파트 매입을 위해 시중은행을 찾은 A씨는 주택담보대출을 상담을 받다가 난관에 빠졌다.
"거래가를 알수 없어 대출이 쉽지 않을 것 같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A씨가 매입하려는 아파트는 100가구 미만의 이른바 '나홀로' 단지로 거래가 거의 없어 정확한 시세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주담대 업무 과정에서 아파트 시세를 판단하기 위해 'KB부동산시세' 등을 주로 활용하는데, 소규모 아파트의 경우 정확한 시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전세대란으로 실수요자들이 매매 열풍에 나선 가운데 대형 아파트 단지 보다 인기가 낮은 나홀로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시세산정이 어려워 은행 주담대 대출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매열풍이 불면서 대형 아파트 단지 매물이 줄어들자 소규모 아파트 매입을 하려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대단위 아파트 보다 규제가 덜한 데다 연립ㆍ다세다주택 등 비아파트 대비 상대적으로 투자 여건이나 생활 환경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나홀로 아파트라는 1~2개동, 혹은 100가구 미만의 작은 아파트를 말한다. 나홀로 아파트는 1990년대에 주로 지어졌다.
문제는 거래가 드물다 보니 대출의 근거가 되는 시세를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은행업감독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은행의 주담대 업무 과정에서 아파트 시세는 국세청 기준시가, 감정평가업자 감정평가액, 한국감정원 가격, KB부동산시세 일반거래가 등 4가지만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100가구 미만 아파트 등은 감정원과 KB부동산시세가 적용되지 않아 가치 산정에 어려움이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집이 강남권(서초구 방배동)의 전용 129㎡짜리 중대형 아파트임에도 공시가격이 6억5300만원에 불과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실제로 은행들은 해당 아파트 주변의 부동산 중개업소 두 곳으로부터 시세를 조회 받은 뒤 리스크를 감안해 낮은 가격을 선택해 대출액을 산정할수 있지만 부동산 중개업소의 경우 '호가'를 기반으로 가격을 정할 가능성이 높아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대출을 꺼리고 있다.
감정평가사에 의뢰하는 방법도 있으나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이 역시 은행들은 잘 활용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나홀로 아파트에 대한 시세 산정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주택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도심재개발,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사실상의 소규모 재개발ㆍ재건축이라고 할수 있는 나홀로 아파트 건축을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시세 산정 방식을 다양화하고, 은행권에도 주담대 대출에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빅데이터 기반의 시세 산정 방식이 나오긴 했지만 이를 적용하는 은행들은 없다"며 "은행들이 신속한 담보가치 추정을 통해 주담대를 적용한다면 나홀로 아파트를 사려는 실수요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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