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이달 초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실시된 30년 된 노후 주공아파트 경매에는 25명의 입찰자가 몰렸다. 북구 덕천동 주공1단지 45㎡(전용면적)로, 지난달 첫 경매 때는 입찰자가 없어 유찰된 물건이다. 최저입찰가격이 8320만원까지 떨어졌던 이 물건은 결국 감정가 1억400만원보다 48%나 높은 1억5399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아파트 경매의 분위기가 한 달 만에 확 바뀐 것은 부산 일대에 불어닥친 규제지역 '풍선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덕천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 아파트는 10월까지만 해도 9000만원대에 거래됐는데 현재 호가는 1억6000만원"이라면서 "대전 등 외지인까지 몰려와 사들이면서 현재는 매물이 거의 바닥 난 상태"라고 전했다.
정부의 규제지역 확대로 인근 주택시장에 풍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묻지 마 투자' 열풍이 곳곳에서 불고 있다. 매매시장의 과열이 법원 경매로 이어지면서 특정 물건에 수십 명의 입찰자가 몰려드는 분위기다.
8일 경매 정보 제공 업체 지지옥션의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파주와 부산ㆍ울산 등의 경매시장에서 최근 이상 과열 현상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 정부가 지난달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경기 김포와 부산 해운대 등 5개구, 대구 수성구 주변부다.
지난달 경기 파주의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108.1%로 집계됐다. 파주의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넘긴 것은 2007년 5월(103.1%) 이후 13년 만이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로, 이 수치가 100을 넘는다는 것은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는 의미다. 아파트 경매 응찰자 수 역시 301명으로 2015년 1월(361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파주 일대 아파트 경매 열기는 지난달 19일 강 건너 김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 본격화했다. 지난달 25일 경매에서는 파주 금촌동 새꽃마을 뜨란채 85㎡에 36명이 몰리면서 감정가보다 25% 높은 2억715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김포의 경우 최근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데다 경매 물건 수도 부족해 당분간 파주 아파트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으로의 풍선 효과는 지방에서도 뚜렷하다. 지난 10월 첫 입찰에서 유찰된 부산 부산진구 양정동 현대 115㎡는 지난달 26일 5억1111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감정가 3억8500만원과 비교하면 33%나 높아진 가격이다. 이 아파트 역시 51명의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가가 치솟았다. 오 연구원은 "울산과 부산의 경우 11월 들어 입찰이 진행된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낙찰됐고, 낙찰가율과 응찰자 수 또한 올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경매시장에서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비규제 지역 아파트"라고 전했다.
주목되는 것은 경매 입찰이 과열로 치달으면서 노후 소형 아파트의 몸값도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울산 남구 달동 주공1단지 42㎡의 경우 최근 51명이 경쟁한 끝에 감정가 1억2000만원보다 38% 높은 1억6500만원에 낙찰됐다. 심지어 부산 부산진구 당감동 개금주공3단지 61㎡는 지난달 19일 감정가 1억9000만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3억435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두 단지 모두 현재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규모 자금을 활용해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 일대 규제지역 지정의 풍선 효과는 영남권 곳곳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경남 창원 진해구 석동의 주공 42㎡는 감정가 8600만원의 160%인 1억3720만원에 팔렸다. 이 매물은 한 차례 유찰돼 최저입찰가가 6880만원까지 내려갔었다. 석동 B공인 관계자는 "성산ㆍ의창구 중심의 창원 집값 상승세가 진해까지 뻗치는 분위기"라면서 "석동 주공은 대부분 공시가격이 7000만원대로 취득세율이 낮아 장기 투자용으로 묻어두려는 다주택자들이 상당수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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