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정부의 규제가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주요 재건축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2년 실거주' 의무를 피하기 위해 서울 등 수도권 일대 요지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이 조합설립인가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해당 단지들의 몸값도 뛰고 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 과천시 부림동 주공 8ㆍ9단지는 최근 재건축 조합설립 요건인 주민 동의율 75%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1395가구, 707가구 규모인 8ㆍ9단지는 현재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주민 동의율은 8단지의 경우 90%에 달하며, 9단지는 56%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상가 조합원 동의율도 65%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인가에 추가로 필요한 동별 주민 동의율 50%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9단지 1개동 주민 2명의 동의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연내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 추진위 관계자는 "늦어도 12월 중 조합설립총회를 열고 시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8ㆍ9단지는 과천시 일대 노후 주공아파트 단지 중 가장 재건축 추진이 더딘 곳이다. 상당한 대지 지분을 둘러싸고 두 단지 주민 간의 의견이 엇갈린 탓에 지난 5월에야 추진위가 구성됐다. 그럼에도 불과 6개월 만에 조합설립인가가 가능하게 된 것은 정부의 6ㆍ17 부동산대책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 추진위 측 설명이다. 당시 정부는 대책의 일환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는 2년 동안 실거주한 주민에게만 새 아파트 분양 자격을 주도록 방침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연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면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경과 규정을 두면서 단기간에 주민 동의율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서울 시내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도 비슷한 분위기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경우 6개 정비구역 중 1구역(미성1ㆍ2차), 2구역(신현대9ㆍ11ㆍ12차), 3구역(현대1~7차, 10ㆍ13ㆍ14차), 4구역(현대8차, 한양3ㆍ4ㆍ6차), 5구역(한양1ㆍ2차) 등 5곳이 하반기 들어 조합인가 신청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성공했다. 그동안 이 일대 노후 아파트 주민들이 다른 강남권 단지에 비해 재건축에 소극적이었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재건축을 규제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이 역설적으로 사업의 추진 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강남구 개포동 주공 6ㆍ7단지 역시 최근 90% 이상의 동의율을 넘기고 오는 28일 조합설립을 위한 총회를 개최한다. 앞서 주공 5단지는 이미 지난달 조합창립총회를 마무리하고 강남구청에 신청서까지 제출했다.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의 경우 지난 16일 추진위 설립 17년 만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몸값도 뛰는 추세다. 압구정동 현대7차 157㎡(전용면적)는 지난달 15일 신고가인 41억9000만원에 팔렸다. 8월의 40억원 대비 1억9000만원 뛴 값이다. 압구정동 미성2차도 지난 9월 신고가인 32억원에 거래됐다. 4월 26억5000만원보다 5억5000만원 올랐다. 현재 호가는 33억원에 형성돼 있다.업계 관계자는 "올해 안에 조합설립 신청을 하게 되면 신규 매수자도 2년 실거주 규제를 받지 않게 돼 투자 가치가 높아진다"며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지속되는 만큼 알짜 재건축 단지는 양도세 중과 유예가 끝나는 내년 6월 전까지 몸값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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