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택도시기금 '디딤돌(구입자금)대출'의 실효성을 두고 야당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의 아파트 가격 평균은 약 10억원인데, 디딤돌대출의 한도가 너무 낮다"고 지적하자 김 장관은 "10억원 이하 아파트도 있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디딤돌대출은) 5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가능하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마련하기에는 너무 낮다"고 재차 지적하자 김 장관은 "10억원 이하 아파트도 있다"고 다시 받아쳤다. 이어 김 의원이 "5억원짜리 아파트도 있느냐"고 되묻자 김 장관은 "있다. 수도권에도 있고…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대출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는 주택도시기금이다. 5억원 이하 주택을 마련할 때 최대 2억6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결국 김 장관은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 일산 아파트가 5억원대로 디딤돌대출을 통해 살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김 장관의 말은 틀렸다. 자신이 실거주하는 아파트 매매가를 1억원가량 낮춰 불렀다. 김 장관이 '5억원'이라고 밝힌 해당 아파트 동일 평형은 이달 들어 6억원과 5억7000만원에 팔렸다. 실제 김 장관의 발언 이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아파트값을 지나치게 낮게 부른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현재 기준으로는 불법이 아니다. 다만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와 협의를 거쳐 대표 발의해 입법을 추진 중인 '부동산 거래 및 부동산 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의 기준으로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부동산 거래 및 부동산 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 제75조(시세조작행위 금지)1항인 '누구든지 부동산 등의 시세를 조작할 목적을 가지고 다음 각 호의 방법으로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위반한 것이 된다.
김 장관은 거래 체결 가능성이 낮은 호가로 정보통신망에 직접 등재하는 등(제75조1항1)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희박한 호가'를 공식석상에서 언급한 만큼 '그 밖에 부동산 거래 질서를 교란할 우려가 있는 행위(제75조1항1)'에 해당할 수 있다.
해당 입법안에서 부당한 영향을 주는 호가의 기준은 '희박한 호가'이지 '높은 가격'은 아니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도 얼마든지 시세교란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당정이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면서 시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설립해 국민의 대출ㆍ세금뿐만 아니라 개인 의견마저 통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75조 시세조작 행위 관련 법 조항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온라인 카페나 소모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부동산 관련 업자나 개인이 시세를 올릴 목적으로 "얼마 이하로는 매물을 내놓지 말자"라고 하면 담합 행위로 간주된다.
오프라인에 게시하는 경우도 단속 대상이다. 담합 행위로 판정받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시장에서는 개인들이 일상적인 대화로 집값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신고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함부로 부동산 얘기를 하거나 글도 올리면 안 된다는 얘기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다. 입법이 되기 전부터 이 같은 논란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최종안을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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