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부동산 기자가 되면 친구들에게 뜬금없이 카톡이 오곤 합니다. "청약 넣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 "1순위가 뭐야?" 청약통장은 그저 부모님이 어릴 때 만들어준 통장에 불과한 2030 '부린이(부동산+어린이)'를 위해서 제가 가이드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어렵게 서울 하늘 한켠에 내 집을 마련할 돈을 구한 부린이 A씨. 하지만 단순히 돈만 마련하면 되는 게 아니라 '자금조달계획서'를 내고 어디서 돈을 마련했는지 '증빙자료'까지 내야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오늘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샀다)하는 집인데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지 않으면 등기를 칠 수 없다는 이야기에 고민에 빠진 부린이들을 위해서 자금조달계획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지역, 어느 집에 해당되나?… 규제지역은 모든 주택, 비규제는 6억원 이상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는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기존에도 규제지역 내 3억원 이상,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할 경우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했고, 만약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한다면 증빙자료를 내야 했기 때문이죠.
다만 지난달 27일 시행된 새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을 모든 규제지역 내 주택으로 대폭 확대하도록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증빙자료 제출 대상도 투기과열지구 내 모든 주택으로 늘렸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시행일 기준으로 만약 지난달 26일 이전 계약을 맺은 경우라면 해당되지 않습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광명·하남·성남·수원·안양·구리·군포·의왕시·성남시 분당·수정구·안산시 단원구·용인시 수지·기흥구·화성시 동탄2, 인천 연수·남동·서구, 대전 동·중·서·유성구, 대구 수성구, 세종 등 48곳이 지정돼 있습니다. 조정대상지역은 투기과열지구 중 대구 수성구를 제외한 곳들과 경기 고양·남양주시, 인천 중·동·미추홀구, 대전 대덕구, 충북 청주시 등 총 69곳이고요. 이들 지역에 주택을 구입하려고 한다면 자금 출처와 관련된 준비를 미리 꼼꼼히 해둬야겠죠.
자금조달계획서와 증빙자료는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실거래가를 신고할 때 함께 제출하면 됩니다. 즉,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마련해서 내야 합니다. 만약 개인정보 노출 등을 우려해 개인이 직접 내고자 하는 경우도 가능합니다.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고 직거래를 할 경우에도 마찬가지고요.
이때 제출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허위신고를 할 경우에는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다만 청약 당첨의 경우 자금조달계획서를 미제출하거나 잘못 작성해 내더라도 당첨이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증빙서류는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

투기과열지구 내에서는 자금조달계획서 뿐만 아니라 관련한 증빙서류까지 모두 꼼꼼히 준비해야 합니다. 최대 15종에 이르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건데요.
자금을 은행 등 금융기관의 대출을 통해 조달했다면 이에 관련한 금융거래확인서, 부채증명서, 금융기관 대출신청서 등의 서류를 모두 준비해야 합니다. 종류가 주택담보대출인지, 신용대출인지, 그밖의 대출인지도 밝혀야 하고요.
본인이 원래 갖고 있던 자금도 허투루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은행 예금이라면 예금잔액증명서, 주식 또는 채권 매각 대금이라면 주식거래내역서나 잔고증명서, 현금이라면 소득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 다른 부동산의 처분 대금이라면 부동산 매매 혹은 임대차계약서 등을 첨부해야 합니다.
부모의 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증여나 상속을 받은 돈이라면 누구에게 얼마나 증여받았는지를 모두 꼼꼼히 자금조달계획서에 적고, 관련한 증여·상속세를 납입했다는 서류를 내야 합니다. 증여·상속이 아닌 대출이라면 '차입금 등'란에 있는 '그 밖의 차입금'에 누구로부터 얼마를 빌렸는지 상세히 적고 차용증뿐만 아니라 대출을 얼마나 상환하고 있는지까지 모두 내야 합니다.
증빙자료 모두 다 내야 하나?… '미제출 사유서'로 대체 가능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자금조달계획서와 달리 증빙자료를 준비하다보면 골치아파지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지금 집을 사기는 하지만 입주는 2년 후에 할 계획이어서 당장은 전세를 줄 계획이어서 해당 보증금을 주택 구입자금에 포함시키는 경우나 '갈아타기'를 하려는데 아직 현재 집은 팔리지 않은 경우라면 관련 자금을 입증할 서류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출도 아직 실행되지 않았다면 난감합니다.
이 때는 '미제출 사유서'로 서류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단 전세를 놓을 경우라면 예상되는 전세 보증금액을 임대보증금 칸에 넣고 미제출 사유서를 내면 됩니다. 만약 전세보증금이 이 때 적었던 금액과 달라지더라도 어디까지나 법령의 취지가 '수상한 자금 조달 적발'인만큼 충분히 변경 가능한 범위라면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마찬가지로 대출의 경우에도 아직 대출을 받지 못했다면 미제출 사유서와 함께 대출 상담 관련 서류, 신청내역서 등을 제출하면 됩니다. 청약 중도금 대출 역시 아직 대출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그 밖의 대출'란에 쓰고 중도금 대출을 받을 일정을 적은 후, 미제출 사유서를 함께 내면 됩니다.
다만 미제출 사유서를 제출해 신고를 넘겼더라도 추후 신고관청에서 증빙자료를 요구할 수도 있으니 관련 서류는 늘 꼼꼼히 챙겨두는 유비무환의 자세를 갖추시기 바랍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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