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경기 과천 지식정보타운 내 동시분양 3개 단지가 '고가점자 잔치'로 마무리되면서 인기 지역 분양 단지의 가점 인플레가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2700만 청약통장 가입자 시대에 청약시장 과열에 따른 낙첨자들의 실망감이 기존 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 기대에 따른 '당첨만 되면 인생역전 로또'로 변질된 당첨자 혜택 역시 손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12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날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경기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S1블록ㆍ일반분양 192가구)의 당첨 최저점(커트라인)은 74㎡AㆍBㆍC(전용면적) 타입에서 각각 나온 해당 지역(과천 2년 이상 거주자) 65점이었다. 최고점은 앞서 발표한 두 단지보다 낮은 74점이었으나 74㎡A 기타경기(경기 2년이상 거주자)ㆍ기타지역(서울ㆍ인천 거주 및 경기 2년 미만 거주자), 84㎡A 기타경기ㆍ기타지역, 84㎡B 기타경기ㆍ기타지역에서 무더기로 나왔다. 심지어 84㎡A 기타경기ㆍ기타지역 역시 커트라인 74점이었다. 이같이 치열한 고가점자들의 경쟁으로 단지 전체 평균 당첨가점은 70.14에 달했다.
해당 지역 지원자들은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어 커트라인이 최저 65점에서 형성됐으나 기타경기ㆍ기타지역에선 커트라인이 69점이었다. 69점은 부양가족 3명에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꽉 채운 '4인 가족 만점 통장'이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일부 주택형은 4인 가족이 가점 최대 점수를 받아도 탈락한 셈이다. 이 단지는 전체 면적이 85㎡ 이하로 구성돼 100% 가점제로 당첨자를 가렸다.
과천 푸르지오 오르투스는 지난 3일 1순위 청약에 10만2693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534.9대 1을 기록했다. 동시분양한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S4블록ㆍ458가구) 역시 19만409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415.7대 1, 과천 르센토 데시앙(S5블록ㆍ394가구)도 18만5288명이 지원해 470.3대 1을 기록했다.
지난 10일 청약 당첨자를 발표한 과천 푸르지오 어울림 라비엔오에서는 청약 만점(84점) 통장도 나왔다. 84점은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전날 당첨자를 발표한 과천 르센토 데시앙 역시 최고 가점은 만점에 가까운 80점(84㎡A 기타지역)이 나왔다. 커트라인 역시 65점에 달했다(99㎡B 해당 지역).
과천 지식정보타운 내 3개 단지 동시분양에는 총 47만8390명이 1순위 청약 접수를 했다. 이들 단지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평균 분양가가 3.3㎡당 2373만~2403만원 수준으로 결정됐다. 84㎡ 기준 8억원 선으로 주변 시세 대비 최고 10억원에 이르는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예비 청약자가 지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에 이어 수도권, 지방까지 아파트 가격이 뛰는 상황에서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는 당분간 이 같은 청약 과열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번 청약에 몰린 수많은 청약자가 높은 당첨가점의 벽을 실감하고 기존 주택 구입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면 집값 상승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이달 5일까지 서울지역 1순위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 역시 71.0대 1에 달했다. 지난해 경쟁률(31.6대 1)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이후 심화된 청약 열기, 일부 분양자에게만 돌아가는 '로또 차익', 탈락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이에 따라 결국 기존 주택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악순환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과열 청약 현상 해결을 위해 시세차익 일부를 환수하는 '채권 입찰제' 재도입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태의 분양가상한제는 기업이 얻는 이익을 소수의 청약 당첨자가 나누는 이외의 효과는 없다"며 "최소한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장치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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