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건설사들이 올해 해외 수주 시장에서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 중장기 수주 여건 변화가 예상돼 업계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11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들어 전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은 227억달러(약 25조31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7.5% 늘어난 금액이다. 최근 5년간 수주액과 비교해도 2018년의 254억달러 다음으로 높다.
지역별 수주 현황을 보면 주력 시장인 중동시장에서 전체 57%인 103억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전년동기의 44억달러 대비 두배가 넘는 수치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로 국제유가가 여전히 40달러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감안하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라는 평가다.최근 신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6억5000만달러의 수주고를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0% 늘어난 실적이다. 다만 아시아와 유럽시장은 각각 99억달러, 9억달러 어치를 수주해 지난해보다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공종별로는 플랜트(산업설비)가 125억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건축 46억달러 ▲토목 40억달러 등이었다. 업체별로는 현대건설이 45억달러로 가장 많은 수주고를 올렸으며 이어 ▲삼성물산(44억9000만달러) ▲삼성엔지니어링(36억달러) ▲GS건설(30억달러) 등의 순이었다.
다만 이같은 실적에도 업계는 해외 시장 환경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바이든 당선인이 내세우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 탓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미 취임과 동시에 기후변화협약 재가입을 예고한 상태다.
이에따라 업계는 석유화학 플랜트와 석탄ㆍ복합 화력 발전소 등 업계의 주력 수주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주요 건설사들이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는 만큼 오히려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A사 관계자는 "상황을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태양광이나 배터리 등 친환경분야에서 기회가 있을것으로 본다"며 "이는 상당수 건설사들이 차세대 사업으로 적극 육성중인 분야"라고 말했다.
이란 수주 시장의 정상화 여부도 주목된다. 바이든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제재를 "위험하고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한 만큼 막혀 있던 이란 시장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손태홍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에 비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아 중동 시장이 우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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