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4.05.05 11:39최종 업데이트 24.05.0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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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2000명 늘려도 의학교육의 질 저하 없다?…"서울의대 강의실·교원 부족"

하버드의대 기초의학 교원 수 서울의대의 약 3배, 임상 교수는 학생 1명 당 약 16명 배정되는 수준

서울의대 김종일 교수가 4일 '한국 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정부가 의학 교육의 질 저하 없이 의대 정원 증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기초의학 및 임상의학 교수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교수들은 현재도 시간은 부족한데 가르쳐야 할 양은 많고, 교수 수와 강의실은 적은데 가르칠 학생은 많아 해외국가와 비교해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4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서울의대 대강당에서 '한국 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를 개최하고, 의대 정원이 2000명 증원될 경우 의대 교육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서울의대도 강의실, 교실 부족…"양질의 교육하려면 교원 수 늘려야"

먼저 서울의대 김종일 교수는 서울의대 교육과정의 변화를 소개하며 우리나라 기초의학 교육 현실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2016년 서울의대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고민도 많았고, 진통도 있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임상실습 교육과정의 확대였다. 학생들이 제대로 된 임상실습 교육을 받아야한다는 의견에 따라 임상실습 시수를 늘리다 보니 의대 학생들은 방학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의대생들은 3~4년 내내 임상실습을 돌게 되고, 여기서 모자란 내용을 통합교육과정에서 배우게 된다. 그렇다 보니 순 기초과목 시간은 줄어들게 된다. 대신 이를 보충하기 위해 선택 교과를 만들게 됐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보니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없어서, 학생들이 선택해서 심화 내용은 선택해서 수업을 듣도록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의대 6년 동안 교수들이 가르칠 내용이 너무 방대하다 보니, 학생들이 일부만 선택하게 돼 학생조차 수업 일수의 부족함을 이야기할 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또 다른 문제는 강의실 부족이다. 학생들이 동시에 수십 개의 방에 나눠서 수업에 들어가는데, 서울대 조차 필요한 연구실이 부족하다. 그렇다 보니 이 시기가 되면 건물에 있는 모든 회의실, 휴게실도 다 강의에 사용 된다"며 "서울대면 그나마 타 의대에 비해 회의실이나 교수의 숫자가 넉넉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넉넉하게 선택 교과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서울의대 의대생 수가 늘었다면 큰일이다. 없는 방을 늘릴 수도 없고, 선택교과 과목을 늘릴 수도 없다. 학생들이 유급을 해서 학생이 두 배가 늘어난다고 해도 대책이 없다"며 "여건이 좋다고 하는 서울대도 학생 수가 늘어날 경우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교수는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에 우리나라는 교원의 숫자가 너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하버드의대 기초의학 교수는 총 331명으로 생화학 교수 수가 무려 40명인데 반해 서울의대는 기초의학 교수 숫자가 총 115명으로 같은 생화학 교수는 9명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현재도 교원 숫자 부족으로 어려움이 크다.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대한 기피도 심하지만 기초의학에 대한 기피는 더 심하기 때문에 기초의학 교원을 구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며 "교원 충원은 복잡한 일이라 당장 교원을 늘리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려의대 조윤정 교수가 4일 '한국 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

"임상 교수, 의학 교육 몰두할 수 없는 3분 진료 현실 개선해야"

이어서 고려의대 조윤정 교수는 임상의학 교육의 현실을 소개했다.

조 교수는 "의학 교육이 커다란 대형 강의실에서 강의로만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으로 이런 교육은 4년 중 4분의 1 정도만 진행되며 나머지는 기초의학 실습 또는 기구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교육, 디지털 모형 교육, 학생용 진료실의 모의 환자 교육 등으로 구성돼 있다"며 "최종 2년은 병원에 실제로 나가 환자를 보면서 교수들이 어떻게 환자를 보는지 현장에서 배우는 과목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현재는 교수 한 명에 다수 학생이 수업을 듣는 대규모 강의가 너무 많고, 병원 실습은 적다. 2030년되면 1:1 맞춤 교육 또는 교수 1명이 5~6명을 두고하는 소집단 강의가 늘어나야 한다. 소집단 토론, 현장 교육 등으로 대규모 강의는 줄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역시 하버드의대와 우리나라의대를 비교했는데 임상 교수 숫자는 1만1860명으로 교수 약 16명이 학생 1명을 가르치는 비율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임상 교육 역시 교원 숫자가 중요한데, 임상 교수는 환자도 함께 보는 입장이다 보니 충원이 어렵다. 임상 교수는 교육뿐 아니라 환자 진료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임상 교수가 학생 강의에 몰두하기 어려운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병원 과장 회의 때 병원의 수익 목표를 논의하다가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어려움이 많다. 상급종병 환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3분 진료가 아닌 10분 진료다. 국가 의료체계가 그렇게 만들어줘야 한다"며 임상 교수들이 병원 수익성에 관계없이 진료할 수 있고, 교육에 힘쓸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과거 30년 전에 우리 병원에 환자 1명 당 30분씩 시간을 쓰는 의사가 있었는데, 환자들에게는 신처럼 추앙받았지만, 병원에서는 미운털 취급을 받았다. 환자를 위해 진료하는 의사를 푸대접 할 수밖에 벗는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 임상의학 교육의 질 개선은 어렵다"고 꼬집었다.

조운 기자 (wjo@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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