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02 06:32최종 업데이트 26.10.0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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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임상, 빠른 나라부터 고르면 안돼…환자·규제 따져 '국가 조합' 고려해야"

"특정 국가 임상데이터만으로는 미국 FDA 승인 어려워…개발 초기부터 목표 허가시장 고려해야"

어밴스 클리니컬 코리아(Avance Clinical Korea) 한영지 디렉터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신약 개발에 나설 때 임상시험 개시가 빠르거나 비용이 낮은 국가를 개별적으로 선택하기보다, 개발 초기부터 목표 시장의 허가 요건과 환자군을 고려해 다국가 임상시험(Multi-Regional Clinical Trial, MRCT)의 국가 조합을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정 국가에서 먼저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뒤 타국가로 임상을 확대하는 방식은 환자 특성과 표준치료, 규제 요건 등의 지역 차이를 뒤늦게 반영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반스 클리니컬 코리아(Avance Clinical Korea) 한영지 디렉터는 30일 엘리에나호텔 서울 강남에서 열린 'AI 신약개발 규제과학 학술심포지엄'에서 '한국의 임상 역량을 글로벌 개발 경로로 연결하는 파트너십과 다국가 임상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한 디렉터는 과거에는 한 국가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뒤 다음 임상 국가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개발 초기부터 통합된 글로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셋이 발견됐을 때 기획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각국의 규제를 계속 확인해야 한다"며 "하나의 프로토콜을 가지고 각 지역에서 진행하고, 환자 모집이나 데이터 운영을 통합해 다양한 환자 데이터를 확보해야 글로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밴스 클리니컬 코리아(Avance Clinical Korea) 한영지 디렉터 발표자료 중 일부

중국서 임상 마쳤지만 FDA 허가 제동…환자·표준치료 차이 고려해야

한 디렉터는 글로벌 임상을 처음부터 설계해야 하는 이유로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와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PD-1 억제제 신틸리맙 사례를 제시했다.

신틸리맙은 중국에서 진행한 ORIENT-11 임상을 토대로 미국 허가가 추진됐지만, 202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항암제자문위원회(ODAC)는 추가 임상시험을 요구했다. 이후 FDA는 보완요구서(CRL)를 발행했다.

한 디렉터는 이 과정에서 중국에서 확보한 데이터가 미국 환자군을 충분히 대표할 수 있는지, 임상 설계가 당시 미국의 표준치료를 반영했는지 등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1차 평가변수가 전체생존기간(OS)이 아닌 무진행생존기간(PFS)이었다는 점도 허가 과정에서 쟁점으로 제시됐다.

이에 그는 다국가 임상을 설계할 때는 여러 국가에서 환자를 모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별 차이가 치료 결과에 미칠 영향까지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의 E17 가이드라인은 MRCT를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분석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한 디렉터는 효과수정인자와 환자 풀링 기준, 표본 배분, 민감도 분석 등을 프로토콜과 통계분석계획에 사전에 반영하고 규제기관과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어밴스 클리니컬 코리아(Avance Clinical Korea) 한영지 디렉터 발표자료 중 일부

"가장 빠른 국가가 최적은 아냐"…환자·규제 따라 국가별 역할 달라

이어 한 디렉터는 다국가 임상에 들어갈 국가를 정할 때는 임상 개시 속도나 시장 규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한 디렉터는 국가 선정 시 환자 접근성과 규제 심사 경로, 연구진·주요 오피니언 리더(KOL)의 역량, 임상 운영 가능성, 비용·세제 인센티브, 다음 개발 단계에서의 전략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상시험을 어느 국가에서 진행할지뿐 아니라 국가별 임상 개시 시점을 어떻게 배치할지도 중요하다. 국가마다 임상시험계획(IND)과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 절차와 소요기간이 다른 만큼 이를 고려해 국가별 활성화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실제 환자 모집 가능성과 연구진·의료기관의 역량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질환별 유병률과 경쟁 임상 현황, 미충족 의료수요,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의 지역별 분포를 확인하고, 글로벌 임상 경험을 갖춘 연구진과 의료기관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분산형 임상시험(DCT) 등 필요한 운영 방식을 현지 규제상 적용할 수 있는지도 고려 대상이다.

이어 한 디렉터는 어밴스 클리니컬이 초기 임상에서 호주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임상 개시가 빠르고 초기 개발 마일스톤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호주는 별도의 IND 승인 없이 관련 절차를 거쳐 비교적 빠르게 임상을 시작할 수 있고 연구개발(R&D) 세제 혜택도 활용할 수 있다.

단 항암제 등 필요한 환자군을 호주에서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국가를 포함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 디렉터는 "유병률과 환자 분포를 검토해 호주에서 필요한 환자를 확보할 수 있으면 호주를 우선 고려한다. 속도나 마일스톤을 빠르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호주를 먼저 제안드리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환자 풀이 호주에서 적합하지 않다면 호주를 선정하도록 제안드리기보다는 다른 나라를 제안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대형 의료기관과 글로벌 임상 경험을 갖춘 연구진을 바탕으로 항암제 등 복잡한 프로토콜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한 디렉터는 "한국은 글로벌 경험이 있는 연구자들이 포진해 있고 IRB 프로세스와 IND 심사를 통해 글로벌 임상을 펼칠 수 있다"며 "항암제뿐만 아니라 굉장히 복잡한 프로토콜을 진행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중국은 많은 환자를 빠르게 모집할 수 있다는 점, 일본은 현지 허가까지 고려할 경우 개발 과정에서 포함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 대만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 역시 환자군과 개발 단계에 따라 글로벌 임상의 국가 조합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험으로 고르던 임상국가·병원…AI·데이터로 후보 좁힌다

국가와 임상시험 실시기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인공지능(AI)과 실제임상데이터(RWD)의 활용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에는 특정 질환의 임상 경험이 많은 국가나 의료기관, 연구자를 중심으로 실시기관을 결정했다면, 축적된 임상 데이터와 RWD를 활용해 어느 국가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적합한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향후 표준치료의 변화를 고려한 프로토콜과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전자의무기록(EMR) 등을 활용해 국가와 의료기관별 환자 모집 가능성을 분석할 수 있다. 임상이 시작된 이후에는 실시간 데이터를 토대로 위험 신호가 높은 영역을 선별하는 위험기반 모니터링에도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디렉터는 국내 사례로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의 EMR 기반 임상시험 실시기관 타당성 분석 서비스를 언급했다. 각 의료기관에 특정 질환이나 변이를 가진 환자가 얼마나 있는지 등의 데이터를 활용하면 임상시험에 적합한 기관을 선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AI가 글로벌 임상 전략에 필요한 최종 판단까지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 디렉터는 "AI는 데이터를 패키지처럼 만들어 인사이트를 제공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저희의 업무"라며 "과학적·임상적 타당성 판단은 사람이 해야 하고, 환자의 안전과 윤리에 대한 책임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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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기자 (jwlee@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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