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체계 미성숙한 생후 초기 영아, 감염 시 중증·입원 위험 높아…모체 항체로 ‘면역 공백’ 보완
인플루엔자·Tdap·코로나19 이어 해외선 RSV 백신도 활용…“강요보다 위험·이익 정확히 설명해야”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권자영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생후 12개월 미만 영아는 면역체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감염병에 걸리면 중증질환으로 진행할 위험이 크다. 특히 국내 소아응급·중환자 진료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임신부 예방접종으로 형성된 항체를 태아에게 전달하는 모체면역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인플루엔자와 백일해(Tdap), 코로나19(COVID-19)에 이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까지 임신부 예방접종 전략에 포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임신부의 백신 안전성 우려와 정보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산부인과 의료진의 근거 기반 상담과 일관된 권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화이자제약은 10일 산모와 신생아를 함께 보호하는 공중보건 전략인 임신부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임신부 예방접종의 현재와 중요성: 모체면역과 출생 전 보호의 이해’를 주제로 ‘2026 화이자 프레스 유니버시티’를 개최했다.
“임신부 예방접종, 아기를 태어난 첫날부터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
이날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권자영 교수는 임신부 예방접종이 산모와 태아, 출생 후 신생아까지 보호하는 ‘일석삼조’의 감염병 예방 전략이라며 적극적인 활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신 중에는 태아를 유지하기 위해 면역체계가 변화한다. 자궁이 커지면서 횡격막이 올라가 폐 용적이 감소하고 심박출량과 산소 요구량도 증가한다. 혈액 역시 혈전이 생기기 쉬운 방향으로 변화해 감염 발생 시 입원하거나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권 교수는 “산모의 심각한 감염은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감염에 따른 전신 염증반응은 조산 위험을 높이고, 자궁 내 환경 변화에 따라 사산 등 좋지 않은 임신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임신 중 예방접종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생 후 신생아 역시 감염에 취약하다. 처음 접하는 병원체에 대응할 면역체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데다, 스스로 감염병을 방어할 수 있을 만큼 기억 B세포와 장기 생존 형질세포를 형성하려면 여러 차례의 예방접종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신생아는 예방접종을 한 번 맞는다고 곧바로 충분한 면역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라며 “반복적인 예방접종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할 면역체계를 갖추기 전까지 감염에 취약한 ‘면역 공백’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면역 공백을 메우는 방법이 임신부 예방접종을 통한 모체면역이다. 임신부가 예방접종으로 항체 수준을 높이면 항체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다. 신생아는 출생 직후부터 모체로부터 받은 항체를 활용해 감염병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권 교수는 “임신 28∼32주부터 태반의 Fc 수용체 발현이 증가하면서 모체 항체가 태아에게 활발하게 전달되고, 임신 막달에는 태아의 항체 농도가 산모보다 높아질 수도 있다”며 “아기에게 최대한 많은 항체를 전달하려면 백신별 권고 시기와 항체가 형성·전달되는 시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신 중 모체로부터 받은 수동면역과 출생 후 예방접종을 통해 형성하는 능동면역이 이어지면 생후 초기 면역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교수는 “임신부 예방접종은 산모 자신과 뱃속의 태아, 태어난 신생아까지 보호하는 ‘일석삼조’의 방법”이라며 “산모들에게 예방접종은 엄마가 아기에게 줄 수 있는 첫 번째 생일 선물이라고 설명한다. 태어난 첫날부터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현재 의학적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루엔자·백일해·코로나19부터 RSV까지…생후 초기 면역 공백 보완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설현주 교수
이어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설현주 교수는 국내에서 임신부가 접종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백신으로 인플루엔자와 백일해(Tdap), 코로나19 백신을 소개하고, 해외에서 임신부 예방접종 전략에 포함된 RSV 백신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설 교수는 임신 중에는 생백신 접종이 금기지만, 생백신이 아닌 백신 가운데 충분한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된 백신은 감염병으로 인한 산모와 태아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권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먼저 인플루엔자 백신은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유행 시기에 맞춰 접종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임신부를 대상으로 국가예방접종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설 교수는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은 산모의 감염과 입원 위험을 낮추고 조산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동시에 출생 후 영아의 인플루엔자 감염을 약 50%, 입원을 최대 70%까지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인플루엔자 백신은 생후 6개월부터 접종할 수 있어 출생 직후부터 생후 6개월까지 면역 공백이 발생한다. 임신 중 형성된 항체가 태반을 통해 전달되면 이 기간 영아를 보호할 수 있다.
백일해 예방을 위한 Tdap 백신은 임신 27∼36주 접종이 권고된다. 백일해는 성인에게 심각한 질환이 아닐 수 있지만, 생후 2개월 미만 영아에게는 갑작스러운 무호흡이나 사망을 일으킬 수 있다. 영아의 첫 백일해 예방접종이 생후 2개월부터 시작되는 만큼 출생 직후 면역 공백을 메우는 것이 중요하다.
설 교수는 “백일해 예방접종은 산모 자신의 감염을 막는 것보다 엄마가 아기를 대신해 예방접종을 받고 항체를 물려준다는 의미가 더 크다”며 “생후 첫 백일해 예방접종 전까지 영아를 보호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동면역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산모뿐 아니라 남편과 조부모, 돌봄 제공자 등 신생아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가족도 Tdap 백신을 접종하는 ‘코쿠닝(Cocooning)’ 전략을 병행할 수 있다. 산모는 항체를 전달해 아기의 면역 공백을 줄이고, 가족은 자신이 백일해에 감염돼 아기에게 전파할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다.
코로나19 백신 역시 임신부에게 접종할 수 있다. 임신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입원하거나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커지고, 조산 등 임신 합병증도 증가할 수 있다. 국내외에서 축적된 자료에서도 임신 중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입원과 중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은 개발 초기부터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확산하면서 다른 임신부 백신보다 접종 수용도가 낮은 상황이다.
설 교수는 “산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백신이 태아의 기형이나 유산, 사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라며 “현재는 해외를 중심으로 충분한 자료가 축적돼 임신 중에도 안전하게 접종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불신을 해소하려면 의료진과 언론이 일관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에서 임신부 예방접종에 도입된 백신은 RSV 백신이다. RSV는 성인에게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갈 수 있지만, 생후 1세 미만 영아에게는 모세기관지염과 폐렴 등 중증 하기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전파력이 강해 신생아가 모여 생활하는 산후조리원 등에서 발생하면 집단감염으로 확산할 위험도 크다.
설 교수는 “RSV는 2세 이전 대부분의 영유아가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로 흔하고 전파력이 매우 강하다”며 “특히 생후 6개월 미만 영아는 중환자실 입원 등 중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고 특이 치료제가 제한적이어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RSV 백신은 개발 단계부터 임신부 예방접종을 통한 영아 보호를 주요 목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기존 백신과 차이가 있다. 미국 등에서는 임신 32∼36주에 접종해 태반을 통해 항체를 전달하고, 출생 후 생후 6개월까지 영아의 RSV 하기도질환을 예방하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설 교수는 “임신부 RSV 백신 접종으로 생후 초기 영아의 중증 RSV 하기도질환이나 입원 위험을 약 70% 낮췄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상당히 큰 효과”라며 “생후 3∼4개월 된 아기가 호흡곤란과 심한 기침으로 응급실을 찾을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 많은 산모가 접종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백신 불안, 강요보다 정확한 위험·이익 설명으로 해소해야”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예방접종에 두려움을 느끼는 임신부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질의 과정에서는 국내 소아응급·중환자 진료 인력 부족으로 영아가 중증 호흡기감염에 걸렸을 때 적절한 의료기관을 제때 찾지 못할 수 있다는 현실도 거론됐다. 감염 이후 치료에만 의존하기보다 임신부 예방접종을 통해 영아의 감염과 중증화 위험을 미리 낮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취지다.
설 교수는 “임신부에게 백신의 위험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감염됐을 때 산모와 신생아가 겪을 수 있는 위험과 예방접종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며 “해외에서 먼저 접종을 시행하며 축적된 안전성·효과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히 상담하면 산모들도 득실을 따져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도 “백신 이상반응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생아가 얻는 보호 효과까지 고려해 위험과 이익을 비교해야 한다”면서도 “접종을 무리하게 강요하기보다 산모의 불안을 충분히 이해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권 교수는 임신부의 거부감만을 낮은 접종률의 원인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료실에서 질환의 위험과 예방접종 효과를 충분히 설명하면 대부분의 산모가 접종한다”며 “산모뿐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의료진이 먼저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일해 백신도 과거에는 낯설게 받아들여졌지만 필요성이 알려지고 접종이 확산하면서 이제는 산모들이 먼저 접종 시기를 묻는다”며 “임신부가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언론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