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6.10.02 07:33최종 업데이트 26.10.0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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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형외과 전공의, 폭언·따돌림에 사직했지만…'이동수련' 불가 통보에 또다시 좌절

수련병원 “사직서 처리돼 절차상 이동수련 어려워”…피해자 측 민·형사 소송 예고

사진=챗GPT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한 전공의가 상급 연차 전공의들로부터 폭언과 따돌림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하며 수련병원에 ‘이동수련’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전공의는 현재 퇴사한 상태이며, 만약 이동수련이 수용되지 않을 시 1년 가까운 수련 기간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2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A 전공의는 B수련병원 정형외과 1년차로 약 10개월 가량 수련을 이어 가던 중 상급 연차 전공의들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따돌림을 당해왔다. 

병원 측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수련병원은 가해자들과 면담하고 화해를 권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극심한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인해 정신과 진료를 받던 A 전공의는 휴직을 반복하다, 결국 지난 6월 사직을 결정했다. 

이후 타 병원에서 수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병원 측에 이동수련을 요청했지만 병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결국 A 전공의가 수련을 끝 마치기 위해선 타 수련병원에 지원해 다시 수련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행 법률상 폭언·폭행 등 전공의 수련 중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이동수련이 가능하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제13조의2에 따르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폭행 등 그 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전공의가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계속 받기 어렵다고 인정한 경우 수련병원장이 이동수련을 받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이 명할 수 있다. 

김해영 변호사(법무법인 우면)는 "사직 후 이동수련에 문언상 제약이 있을 수는 있지만, 폭언 피해로 사직에 이른 경위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채 행정처리 완료만을 이유로 보호 가능성을 닫는 것은 피해자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병원이 피해사실을 알고도 조사·보호조치 없이 사직을 수리했는지 또는 사직서에 폭언·따돌림으로 수련을 지속할 수 없다는 사유가 기재돼 있는지 여부 등 따라 피해자의 권리 회복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폭언이나 따돌림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가해자와 같은 조직에 계속 머물도록 하는 것은 치료와 교육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수련을 중단하고 퇴사할 경우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뿐 아니라 수련기간 인정, 전문의 취득 시기, 향후 지원 과정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 측은 이동수련을 단순한 수련병원 변경이 아니라 피해자의 교육권과 회복을 보장하기 위한 보호조치로 보고 있다.

A 전공의 측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전공의 수련 교육이 가능한 타 병원에서 이동수련을 받길 바라고 있다"며 "피해자가 기존 수련 이력을 활용하지 못한 채 다른 병원과 진료과에 새로 지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는 또 다른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이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가해자들과 병원에 대한 민·형사 소송, 상급종합병원 지정 취소 신청, 전공의 수련기관 지정 취소 신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비판했다. 

반면 B수련병원 측은 '이미 사직서가 수리된 상태라 이동수련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절차상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병원 수련국 관계자는 "문제가 불거진 이후 병원에서 당사자들 징계절차 과정에서 전공의 본인이 가해자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의사 표명을 했고 사과도 받은 상황이었다"며 "이동수련은 이미 사직서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출되고 처리가 끝난 상황이라 절차상 어렵다"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전국전공의노동조합 남기원 위원장은 "정당하게 수련받은 기간이 수련 외적인 사유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전공의는 병원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들과 달리 이직이 자유롭지 않은 구조이고, 이 때문에 괴롭힘을 겪어도 참고 버티거나 수련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노조는 이 문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등에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고, 앞으로도 제도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면서 "필요한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경험이 있는 노무사·변호사 자문까지 절차를 함께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은 최근 의료기관 내 괴롭힘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불거져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월 8일 의료기관 내 이른바 ‘태움’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피해를 입은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보호와 회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의료기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3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가운데 의료법 개정안은 병원급 의료기관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신고 접수와 조사, 피해자 보호, 가해자 인사조치 등을 포함한 예방·대응체계를 구축·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료기관 인증기준에 종사자 인권보호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 관련 사항을 반영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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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대 기자 (kdha@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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