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3.06.16 07:25최종 업데이트 23.06.1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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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필수의료' 대책에 의료계 부족함 호소..."사명감 아닌 실질적 보상책 필요"

15일 의학회 학술대회서 수가 인상∙형사처벌 부담 완화∙중소병원 지원 등 다양한 주장 나와

대한의사협회 정재원 정책이사, 대한병원협회 이재학 보험이사,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지난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은 필수의료의 위기는 최근 소아과 대란,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으로 이어지며 세간의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 정부는 이 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연이어 필수의료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의료계에선 여전히 부족하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15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는 의료계 전문가들이 모여 필수의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들을 제시했다.

의협 "혁신적 수가 인상과 의료사고 특례법 필요"
 
대한의사협회 정재원 정책이사는 혁신적 수준의 수가 인상과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을 면제해주는 특례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정책 수가를 통해 적정 수가를 보장해준다고 하는데 지금은 혁신적으로 수가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렇지 않고서는 필수의료 분야로 인력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의대정원을 늘려도 필수의료 분야로 인력이 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했다.
 
이어 “최근 필수의료 관련 학회를 갔더니 소송과 법적 우려에 대한 부분들을 많이 다루고 있더라”며 “의료사고 특례법 등으로 뒷받침을 해줘야 필수의료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병협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위해 중소병원 지원 강화"
 
대한병원협회 이재학 보험이사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확립을 위해 중소병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서울 수도권에 대형병원 분원이 집중적으로 설립되는 상황이다. 과연 대형병원에 의지해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확립할 수 있겠느냐”며 “정책을 전환해 중소병원에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여러 중소병원들이 심혈관∙뇌혈관∙화상∙수지접합∙분만∙소아 등의 분야를 역할 분담하고 그에 맞게 정부가 지원을 해주면 된다”며 “그러면 각 중소병원이 전문과로 집중화되니 전문의 인력을 많이 확충할 기회도 된다”고 덧붙였다.

대전협 "의료기관 전문의 인력 충원…의사 수 논의는 제반 사항 함께 다뤄야"
 
대한전공의협의회 강민구 회장은 의료기관의 전문의 인력 충원과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 등을 주문했다.
 
강 회장은 “의사도 사람이다. 사실은 필수의료도 지역 공공의료도 하기 싫은 것”이라며 “하기 싫은 일은 다 같이 나눠해야 하고, 그러려면 전문의 인력을 더 고용해야 한다. 전공의에게 다 떠맡기면 전문의를 따고는 다시는 그쪽 분야 일을 안 할거고, 기존 전문의들도 지금 상황에선 버틸 수 없는 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문의 인력 충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는데 현재 잡무를 맡고 있는 인턴을 효과적으로 재배치하고 수련체계를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인력 증원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런 논의 없이 의대정원을 늘려봤자 미용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만 증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또 “의사 수가 증가할수록 GDP 대비 정부의 보건 지출은 늘어나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비 정부 지출이 많이 낮다”며 “의사 수 총량을 논의할 때는 건보 재정의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 세종충남대병원 문재영 교수, 보건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

필수의료는 화재 없어도 정부가 투자하는 '소방서'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는 필수의료 지원 필요성을 ‘소방서’와 같은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행위별 수가 중심의 지불제도를 다양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국민 여론을 얻어가며 작업을 해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예산 당국을 설득하기 쉬워진다”며 “불이 나지 않아도 전국 시군구마다 소방서가 있고 정부가 예산을 투자하듯이 필수의료 문제도 먼저 그렇게 접근한 뒤에 수가 등 디테일한 부분을 건드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 근간인 상대가치 점수 곱하기 환산지수 체제는 무겁고 탄력성이 떨어진다”며 “지금 94% 정도가 행위별 수가제로 지불되고 있는데 이런 나라는 OECD 국가 중에 찾기 어렵다. 고전적인 행위별 수가제 대신 다양한 지불제도를 갖고 접근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병원 아닌 전문인력에 직접 보상…병원 경영자∙국민 인식 변화도 필요

세종충남대병원 중환자의학과 문재영 교수는 필수의료를 전담하는 의사들에게 사명감만 강요하기 보단 적절한 보상을 줘야한다며 정부가 마련한 대책들은 정책을 제공받는 이들이 누군지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문 교수는 “정책은 의사와 병원을 나눠서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보상은 전문의와 전문인력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어야지, 병원에 보상을 하면 분원을 늘리거나 수익이 되는 과에 더 투자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뿐 낙수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의료기관 경영자와 국민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며 “병원 경영자는 규모, 시설, 장비 경쟁에서 벗어나 사람에게 투자해야 하며, 국민들은 아이가 아프다고 다 입원팔 필요가 없고 의료인도 도둑이 아닌 똑 같은 사람이란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복지부 "사명감만으론 어려워…병원∙의료계 인식 변화도 필요"
 
이날 복지부의 필수의료 대책에 대해 발표한 보건복지부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은 더 이상 사명감, 책임감만을 강요하긴 어려운 상황이란 데 동의했다. 또 문 교수의 발제 내용 중 병원과 의료계의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크게 공감을 표했다.
 
이 정책관은 “의사도 공무원도 다 사람이고 조직에서 힘들면 견디지 못해 떠나게 된다. 실제 나가서 더 편하고 보상이 높은 일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선택이 당연한 사회가 됐다”며 “나도 나름대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일하지만 후배들에게 그것만으로 얘기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 정책관은 또 “지금 소아과 충원율이 낮은데, 한 번 지원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병원들은 그렇게 2~3년 이어지면 회복이 어렵다”며 “그런 가운데서도 어떤 병원들은 정원을 채우고 있는데 이는 그 병원이나 의국이 가진 조직문화도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힘들겠지만 그런 문화나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어느 부처나 조직에도 유효한 내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식 기자 (mspark@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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