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시간 21.02.04 08:37최종 업데이트 21.02.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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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진료비용 사전설명 의무화, 민간보험 심사에 의한 정부 규제 강화 가능성

[칼럼] 박재영 법률사무소 정우 대표 변호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하도록 하고, 비급여 진료 전 환자에게 항목과 비용 등을 의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는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 지침(보건복지부 고시 제202-339호)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실손보험사는 앞으로 비급여 진료에 대한 보험금 청구 시 비급여 진료비 동의서 제출을 환자에게 요구할 것이고, 만약 의료기관이 환자 동의서를 받지 않은 경우 환자 또는 보험사와 법적 분쟁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

보험사가 환자에게 환자 동의서 미제출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환자는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및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수 있고, 행정기관에 의료법 위반에 관한 민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 

또한 보험사가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후 민법 제404조 제1항에 의거 환자를 대위해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및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실손보험사는 2019년 ‘맘모톰을 이용한 유방종양절제술’이 국민건강보험법 관련 규정에 위배되는 임의 비급여라는 주장을 하면서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및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다수의 1심 법원은 실손보험사가 피보험자(환자)의 권리를 대위해 행사하는 것이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라고 보기 어렵고, 그것이 환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민법 제404조 제1항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요건인 보전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아 각하판결을 했다.

실손보험사가 환자들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적합하지 않다면 보험사는 환자 수십명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고 환자들은 병원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는 소송경제와 분쟁의 실질에 반할 수 있어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부당한 진료비 반환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이유로 1심 법원부터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논란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시 개정으로 인해 보험사가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행위를 심사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즉, 민간보험 심사평가에 의해 의료기관의 진료행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대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 중복개설금지 조항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이 문제된 사건에서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사정만으로 정상적인 진료행위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하거나, 이미 지급된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5두36485 판결 참조).

그렇지만 이번 고시 개정으로 보험사 또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진료계약 위반에 따른 비급여 진료 취소 또는 무효를 주장해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법원이 진료계약 체결 과정에서 의료기관의 법률상 원인 흠결, 즉 비급여 진료 동의서 구비 여부 등을 엄격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의료기관이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비급여 진료를 실시했어도 동의서가 없다면 보험사가 환자들의 부당이득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지난달 국민건강보험법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와 실손의료보험을 담당하는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과 실손의료보험이 서로 연계해 관리될 수 있도록 공·사 의료보험연계위원회를 공동으로 설치, 운영하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및 보험업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금융위원장이 의료기관에 실태조사에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고, 의료보험연계위원회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비용 지급에 관한 정보, 의료법에 따른 진료 정보 제공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하도록 정하고 있다.

공사보험 연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입법되면 이번 고시 개정안과 연결돼 보험사의 의료기관에 대한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다. 제2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설립된다 해도 무리가 아니라 여겨진다. 

따라서 의사단체는 정부의 보험사를 통한 탈법적 보험심사규제 강화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받을 수 있는 고시 및 이번 개정안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메디게이트뉴스 (news@medigat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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