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처방 시스템 미흡…표준화된 처방 시스템 구축하고 디지털 특성 반영한 약가 산정 필요"
웰트 강성지 대표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디지털 치료가 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주목되지만, 실제 임상 현장과 시장에서의 활용과 성공 사례는 제한적이다. 특히 국내에서 허가받은 디지털 치료기기는 총 6품목이지만, 해당 제품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처방·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9일 바이오코리아 2025 '디지털 치료, 혁신을 넘어 실용으로: 성공적인 임상 적용과 시장 확장의 길' 세션에서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발표와 패널토론에서는 시장 확장을 위해 표준화된 인프라와 현실성 있는 급여 체계 구축, 기술 발전을 반영하는 수가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웰트 강성지 대표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시장 진입 과정을 언급하며 "허가 이후에도 책상 위에는 허가증만 쌓인다. 이후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하는데, 실제 시장엔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디지털 치료기기가 처방되기 위해서는 병원, 약국, 환자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표준과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수가 심사를 위해 제출한 서류 분량이 엑셀 108개 파일에 1800줄에 달했다. 만난 위원회만 5곳"이라며 "수가는 허가받은지 2년 만에 나왔다"고 말했다. 2년에 걸쳐 수가가 고시됐지만, 실제 수가 적용은 10%에 불과하다. 단 혁신의료기기통합심사를 신청한 디지털 치료기기는 급여와 비급여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웰트 강성지 대표 발표 자료 중 일부.
이어 강 대표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특징을 언급하며, 디지털 치료기기의 수가가 기술 발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기존 의약품 등의 수가와는 다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신약 가격은 처음에 높고, 제네릭이 나오거나 특허 만료되면 떨어진다. 이는 당연하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기기가 가지는 속성은 다르다.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진행해야 한다"며 "기존 수가를 그대로 주거나 더 깎는 기존의 수가 체계와는 다르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능이 개선되는 경우에는 가격을 더 올려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으면 버전 업그레이드와 유지 보수에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가격이 유지되거나 떨어진다면 업계는 유지보수나 AI 기반 개선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신재용 교수는 "행위별수가 체계 하에서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활용해 진료 행위를 해도 보상받을 수 없다"며 "수가 문제 등으로 의사가 처방할 이유가 없고, 체계도 미흡해 실제 현장에서 처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효과와 수가, 인센티브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조철현 교수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처방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개념 인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디지털 치료기기의 활용 방법 설명 등에 대한 보상체계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단순히 의사 처방에서 끝나지 않는다. 별도의 인력이 붙어야 환자가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인력 수가도 없다"며 "의료진, 산업계, 정부가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생태계 구축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웰트 강성지 대표 발표 자료 중 일부.
아울러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활성화를 위한 처방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 대표는 독일의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 사례를 설명하며, 한국 역시 의약품 처방 시스템과 같이 표준화된 전달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독일은 60만건의 처방이 이뤄진다. 이런 처방이 가능한 이유는 의료진이 처방전에 디지털 건강 어플리케이션인 '디가(Digitale Gesundheits-Anwendung, DiGa)'라고 명시해 처방전 사진을 찍어 보내면 곧바로 환자가 어플리케이션 등 디지털 치료기기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엄청난 시스템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이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기존 약 처방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라며 "의사가 진료실에서 약을 처방하면 처방전이 나오고, 이를 약사가 조제하는 시스템이 표준"이라고 했다.
이어 "디지털 치료기기가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나아가려면 인공지능-디지털 치료기기의 기능 확장, 디지털 융합의약품으로서의 확장, 신약과 같은 성능으로 글로벌 확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신 교수는 디지털 치료기기 관련 인식 제고와 환자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며, 사용이 편리한 플랫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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