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집단행동 보도에 공공성·도덕성 프레임으로 의료계 공격 30% 육박…환자 불편 프레임도 16% 달해
최근 모 방송국은 의대생 제적과 이들이 교육부 차관을 고발하는 등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 기사에 '"그냥 엄마말 들을 걸 그랬어"…그렇게 경고했는데 이제 와 고발?'이라는 내용과 무관한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사진=해당 방송국 유튜브 썸네일 갈무리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이번 의료대란 사태를 보도하는 언론들의 행태에 대한 의료계 내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의사집단을 악마화하는 정부 기조에 발맞춰 선동하고 있는데, 그 수위가 점차 세지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실제 최근 모 방송국은 의대생 제적과 이들이 교육부 차관을 고발하는 등 내용의 유튜브 동영상 기사에 '"그냥 엄마 말 들을 걸 그랬어"…그렇게 경고했는데 이제 와 고발?'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사실상 전반적인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이 복귀하지 않는 의대생들을 비판하며, '제적한다고 경고까지 했는데도 돌아가지 않더니 이제 와서 왜 고발하느냐'는 식의 주관적 해석을 제목에 포함시킨 셈이다.
기사 발행 이후 의대생, 전공의들이 단체로 항의하자 방송국은 '그렇게 경고했는데 이제 와 고발?'이라는 기사 제목은 그대로 두고 유튜브 썸네일 제목만 '그 많은 유급제적생 누가 책임지나'라고 수정했다.
의대생 A씨는 "가장 공신력 있는 방송사라는 곳이 대놓고 의대생, 전공의들을 대놓고 조롱하고 있다. 이번 의대증원 사태 과정에서 정부의 의사 악마화 시도가 도를 넘었고 이는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이번 사태 초기부터 정부와 언론이 힘을 합쳐 의사 악마화와 더불어 의대증원 자체가 반드시 필요한 정책인 것처럼 주장한다고 비판해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지난해 1월 성명을 통해 "정부와 언론이 콤비를 이뤄 의대 증원 자체가 필수의료의 해결책인 양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지난 3월 성명서에서 일부 서울의대 교수들을 비판하며 "많은 언론에서 교수들 서신을 인용해 젊은 의사 전체에 대한 악마화에 일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0년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언론의 보도 경향성. 사진=2020년 의사파업에 대한 언론보도와 미디어 프레임 분석 연구
실제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주요 매체들은 대체로 의료계에 부정적인 논조의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2022년 동덕여자대 정민수 보건관리학과 교수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2020년 의사파업에 대한 언론보도와 미디어 프레임 분석 연구'에 따르면 다수 매체들은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해 의료계의 비윤리적 행위를 비판하는 기사를 썼다.
매체 이념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공공성과 도덕성 프레임을 통해 의사협회의 비윤리적 행위를 비판하는 기사가 30%에 육박했다.
이들 매체는 코로나19 사태가 의사 증원과 공공의료의 강화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줬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공공성 프레임을 이용했다. 동시에 도덕성 평가 프레임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뒤로하고 파업을 강행하는 의협의 비윤리적인 모습을 지적했다.
공공성과 도덕성 프레임은 언론이 의사 집단행동을 보도하는데 있어 가장 많이 사용한 프레임으로,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 구조를 단편적으로 전달하는 방식 '갈등 프레임'이 24.6%로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의사들로 인해 국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프레임의 기사는 16%로 3위였다.
인제의대 의학교육학교실 노혜린 교수는 지난해 5월 한국의학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70여개국 의사 집단행동 관련 연구논문들을 메타 분석한 내용을 발표하며 "의사 파업시 정부의 의사 악마화는 일종의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노 교수는 "1904년부터 최근까지 70여개국에서 발생한 파업 등 의사 집단행동 300건 사례를 살펴봤는데 언론을 통해 의사집단을 악마화하는 선동과 의사 집단 내부 잠입을 통해 내부 분란을 만드는 사례도 존재한다"며 "임금 지급 중지, 해고, 면허정지, 수련 프로그램 중지, 외국의사 고용, 비의료인인 병원 종사자들을 교육시켜 의사를 대체하는 등 전략도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말로만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고 의대생 복귀를 촉구하면서 뒤로는 의사들을 악마화하는 전략을 계속 취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론 의료계와 정부가 신뢰가 회복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박지용 조직강화이사(공의모 대표)는 "의정 갈등이 1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정부의 공식 발언은 의외로 자극적인 내용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익명의 관계자를 출처로 한 기사들에는 자극적인 내용이 많았으며, 그중 상당 수는 진실과 거리가 있었다"며 "의정사태 장기화에 언론의 책임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댓글보기(0)